전자여권 프로젝트 브레이크를 밟아라

 외교통상부 전자여권(IC칩 내장) 프로젝트가 험난한 길을 걸을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업계 및 국회에 따르면 외교부는 신여권통합정보관리·e커버 등 전자여권 발급·관리를 위한 사업자 선정 작업을 마쳤으나 국민 편의보다는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이란 정치적 목적에만 매달려 사업을 조급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전자여권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전자여권 성능시험을 위한 벤치마크테스트(BMT)를 최근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하는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전자여권 발급 시점인 내년 8∼9월까지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여권법령 개정 통과 산넘어 산=미국이 VWP 가입 전제 조건으로 전자여권 발급을 내세움에 따라 외교부는 내년 3월 외교관을 대상으로 관용 전자여권을 시범 발급하고 같은 해 8∼9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전자여권을 발급할 계획이다.

 또 전자여권 발급 과정에서 보안성을 확보하고 전자여권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현재 지방 분산식 발급 방식에서 중앙 집중 발급 방식으로 전환, 한국조폐공사가 전자여권을 제조 발급토록 했다. 여권 사무 수행기관도 100개 이상 새롭게 늘리기로 했다.

 이와 관련 이화영 국회의원은 “지난 11월 통일외교위가 10억원 규모의 전자여권 ISP 용역사업을 승인하면서 전자여권사업 본 예산의 경우 국회 승인을 받도록 외교부 측에 요청했으나 외교부가 협의 없이 예산을 먼저 집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외교부가 원가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는 등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혀 9월께 국회에 제출된 여권법령개정안 통과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BMT 도마 위=전자여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상호 운영성과 보안이다. 우리나라가 발급한 전자여권이 미국에서 인식되지 않거나 복제될 경우 국가 이미지 실추는 물론 일반 국민은 낭패를 보기 때문에 BMT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조폐공사는 최근 실시한 BMT에서 개인정보가 칩 안의 표준에 정해진 구조로 저장되고 이를 읽어내는 것은 물론 데이터 보안 및 신원 확인에 필요한 보안 기능을 정확히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조폐공사의 한 관계자는 “성능 테스트를 할 만한 시설을 갖추지 못해 기업이 제출한 제품을 시연해 보고 보안성 테스트는 문서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10월께 해외에 나가 전자여권 기능 테스트를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이기한 서울여대 교수는 “BMT에서 전자여권 보안성 검토를 서류로 대체해선 안 된다”며 “특히 한국 전자여권 복제 방지를 위해선 우리나라만의 보안 알고리듬이 IC칩에 제대로 구현되는지의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집중 발급 효율성은=중앙 집중 발급 시스템으로 전환 시 공백 여권 제본기·여권발급기 등 200억원의 예산이 추가되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게다가 여권 접수 창구별로 얼굴 정보를 입력하기 위해 별도 스튜디오를 설치해야 하는 등 초기 설치 비용이 드는 단점이 있다.

 임종인 고려대 교수는 “국민 편의성 차원에서는 분산 발급 체제, 발급의 편리성에서는 중앙집중체제를 선택한다”면서 “주민등록 신청처럼 전국 읍면동 사무소에서 접수·교부가 가능토록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화영 국회의원도 “중앙집중식으로 발급되는 주민등록증 발급일이 3주 걸리는 데 반해 지방분산식인 현형 전자식 여권 발급은 3일이 걸린다”며 “따라서 전자 여권 발급일이 5일 소요된다는 한국조폐공사 주장에 의문이 든다”며 내년 8월께 여권발급 대란이 재현될 것으로 우려했다.

 안수민기자@전자신문, sm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