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만 있고 `DRM 표준`이 없다

상이한 DRM이 최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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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한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 체계가 전자책(e북) 시장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로 등장했다.

 전자책 콘텐츠 사이트별로 서로 다른 DRM을 사용하면서 단말기·콘텐츠 시장에 보이지 않는 진입 장벽을 만들고 있다. 제조업체는 개발 기간이 길어져 가격 상승 원인으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 가능한 콘텐츠 폭을 좁히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계 공통의 ‘DRM 표준’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DRM은 디지털 콘텐츠 무단 사용을 막아 저작권 제공자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해 주는 일종의 위변조 방지 시스템을 말한다.

 전자책 업계에 따르면 개별 콘텐츠 사이트별로 서로 다른 DRM을 사용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전자책 DRM은 어도비 DRM에서 마크애니(변형 포함), 유니닥스, 인큐브테크 등 5∼6개 시스템을 혼재해 사용 중이다. 한국출판콘텐츠(KPC)는 다음 달 12일부터 3000종 책에 마크애니 DRM을 적용하기로 했다. 마크애니는 호환성은 다소 떨어지나 값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아이리버 전자책 브랜드 ‘북투’와 네오럭스 ‘누트’는 세계와 호환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어도비’ DRM을 채택했다. 어도비 DRM은 유통경로·다운로드 수 등을 상세히 확인할 수 있지만 콘텐츠 파일당 20센트를 내야 한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KT ‘북 카페’와 한국이퍼브는 인큐브테크 DRM을, 6만5000종 전자책을 보유한 교보문고는 ‘유니닥스 DRM’을 사용 중이다.

 이뿐이 아니다. ‘비스킷’이라는 브랜드로 전자책 시장에 뛰어든 인터파크는 마크애니의 변형 DRM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 외에 북큐브네트웍스의 ‘북큐브’는 보안을 이유로 자체 DRM을 사용하는 등 개별 콘텐츠 사이트별로 제각각 DRM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서로 고유 DRM을 고집하면서 혼란이 가중될 뿐더러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일일이 서비스 사업자와 제품을 맞추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지원하는 DRM 수가 늘어나면서 단말기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단말기 제조업체 측은 “DRM을 지원하기 위해 최소 1∼2개월의 개발 기간이 더 필요하고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재우 아이리버 사장은 “미국은 아마존 ‘킨들’을 제외한 많은 전자책 단말기에 거의 단일 DRM을 적용한다”며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통의 표준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많은 콘텐츠를 유통해야 시장이 커지고 소비자 관심도 늘어날 텐데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소비자”라고 전했다.

강병준기자, 박창규 기자 bjkang@etnews.co.kr



 <용어 설명> DRM이란=‘Digital Rights Management’ 약자로 디지털 저작권 관리를 뜻한다. 콘텐츠 제공자의 권리와 이익을 안전하게 보호하며 불법 복제를 막고 사용료 부과와 결제 대행 등 콘텐츠 생성에서 유통·관리까지를 일괄적으로 지원하는 기술이다. 음악 공유 서비스로 유명한 냅스터가 2001년 MP3 저작권 보호를 위하여 채택한 것이 시초다. 최근 온라인 콘텐츠를 유료화하면서 핵심 기술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