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오디션` 상영관이 없다

애니 `오디션` 상영관이 없다

 10년 걸려 완성한 국산 애니메이션 ‘오디션’이 상영관을 잡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배급은 고려하지 않고 개발 지원에만 집중된 정부의 애니메이션 지원정책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오디션은 민경조 라스코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지난 2000년부터 제작에 착수한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1997부터 2001까지 만화잡지 ‘윙크’에 연재돼 청소년과 20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천계영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다. 제작 과정은 험난했다. 2002년과 2003년에는 제작비가 모자라 제작중단 사태까지 맞았지만 민경조 감독이 사재까지 들여가며 결국 완성해냈다.

 우여곡절 끝에 작품은 빛을 봤지만 상영관이 없다. 그나마 잡은 단 한개 상영관인 ‘서울애니시네마’는 서울시 지원 하에 운영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전용극장이다. 31일부터 내달 13일까지 상영할 예정인 부산 아트씨어터 C+C 대안영화 전용극장으로 관객들이 몰리는 멀티플렉스와는 거리가 멀다.

 오디션은 오랜 제작 기간만큼이나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교정 한국애니메이션 제작자협회장은 “깔끔한 연출력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미술과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며 “캐릭터가 10년 전에 그려져 요즘 세대의 취향과 다른 점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개봉된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 중 으뜸”이라고 평가했다.

 한창완 세종대 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역시 “최근 3D 애니메이션이 각광받고 있지만 2D 애니메이션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미학이 따로 있다”며 “오디션은 2D 애니메이션의 미학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또 “원작의 마니아 층이 있기 때문에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한다면 입소문을 타고 흥행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극장용 애니메이션 지원사업을 펼쳐오다가 지난 2004년 중단했다. 콘텐츠 관련 기관들이 콘텐츠진흥원으로 통합되면서 애니메이션 지원 사업이 이관됐지만 개발 지원에만 그친 채 정작 중요한 배급에는 관심이 없다. 오디션이 상영에 난항을 겪는 이유도 이러한 정부의 애니메이션 배급 지원 정책 미비가 한몫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민경조 감독은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의 열악한 실정이야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 아니냐”며 “흥행을 바라고 만들지는 않았지만 애니메이션 관련 지원 정책 개선이 뒷받침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