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에 2600억 과징금 `사상 최대`

공정위, 로열티 차별·조건부 리베이트 시정명령

 공정거래위원회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원천기술업체인 퀄컴에 공정위 사상 최대 규모인 2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국내 진출한 다국적기업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며, 규모가 예상 밖으로 커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으로도 상당한 파장을 예고했다.

 2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로열티 차별, 조건부 리베이트 등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시정명령과 함께 26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규모는 지난 2005년 KT의 시내전화 공동 행위건에 부과했던 1130억원의 두 배를 훨씬 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공정위는 퀄컴이 2004년 4월부터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에 자사 모뎀칩 사용 시 5%, 타사 칩 사용 시 5.75%의 로열티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로열티 상한은 자사 제품을 사용할 때는 20달러, 경쟁사의 제품을 함께 쓰는 곳에는 30달러로 설정했다.

 또 퀄컴은 2000년 7월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CDMA 모뎀칩과 RF칩의 수요량 대부분을 자사에서 구매하는 것을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리베이트 규모는 2004년까지 분기당 평균 420만달러, 그 후에는 분기당 820만달러로 조사됐다.

 퀄컴은 이 외에도 CDMA 이동통신기술을 휴대폰 제조사에 라이선싱하면서 대상 특허권이 소멸하거나 효력이 없어진 이후에도 종전 기술로열티의 50%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약정했다.

 공정위는 퀄컴의 불공정거래행위로 VIA(대만), 이오넥스(한국) 등 퀄컴 경쟁 사업자의 국내 모뎀칩 시장 진출이 제한됐으며 10년 넘게 CDMA 시장에서 독점(2008년 기준 99.4%)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휴대폰에서 동영상을 저장, 재생하는 모바일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도 퀄컴이 경쟁 사업자의 영업을 제한했다는 혐의를 추가로 심사 중이다.

 이번 결정으로 퀄컴은 2006년 2월 MS, 2008년 6월 인텔에 이어 다국적 회사로는 세 번째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게 됐다. MS는 윈도에 미디어플레이어 등을 끼워 판 혐의로 32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인텔은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이 적발돼 260억원의 과징금을 냈다.

 공정위는 이번 시정조치로 퀄컴의 행위에 의해 봉쇄됐던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촉진, 상품이 다양해지고 가격경쟁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퀄컴 측은 예상 밖의 과징금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이의신청 또는 행정소송 가능성을 시사했다. 차영구 퀄컴코리아 사장은 “대량으로 제품을 구매할 때 인센티브를 주는 행위는 어떤 분야, 어떤 거래에서도 이뤄지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시장행위이자 관행”이라며 “퀄컴은 (이번 결정으로) 향후 한국 휴대폰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이 저해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번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