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빅뱅]스마트오피스 현장-IBM

 서울 도곡동 군인공제회관 건물 지하 4층 주차장은 한국IBM 모바일오피스 직원 전용 주차장이다. 지정석은 없다. 대신 모바일오피스 직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티켓을 갖고 있어야 한다. 회사 외부에서 일을 해야 하는 탓에 늦은 시각 회사를 찾아야 하는 모바일오피스 직원들을 위한 배려다. 그렇지 않으면 아침부터 출근하는 논모바일(Non-Mobile) 직원들이 주차장을 독식하기 쉽다. 한국IBM를 방문해 처음 마주하는 메시지는 이렇게 ‘모바일오피스’였다. 1995년 모바일오피스를 도입해 유연하고 효율적인 업무구조를 정착시켰다는 한국IBM의 단면이다.

 미국 IBM 본사는 1994년부터, 한국IBM은 1995년 7월 1일부터 모바일 근무제를 시행했다. 대 고객 업무를 하는 직원이 보다 많은 시간을 고객을 직접 만나서 고객을 지원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동시에 사무실 운영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도입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본사는 매년 5000만~6000만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했다. 사무실 확장에 드는 부동산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도 사무실의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해 공간에 할당되는 비용을 50% 이상(연간 약 22억원) 경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또, 직원 중 60%가 모바일 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첨단 IT를 활용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를 한다. 시행 초기에는 직원들이 다소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책상을 없앤다’에 대한 상징적인 의미 탓도 컸다. 지금은 직원 70%가 만족하고 75%는 생산성 향상을 느낀다고 대답한다.

 더 나아가 재택근무도 도입했다. 2005년 6월 재택근무를 도입해 개인 사정으로 집에서 일을 해야 하거나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 직원들의 생산성을 높였다. 그 결과 여성 임원을 줄줄이 배출하는 효과도 거뒀다.

 ◇‘스마트 오피서’ 박 팀장의 하루=‘스마트 오피스’라고 하면 스마트패드나 스마트폰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 혹은 회사 근처에 있는 스마트워크센터나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IBM이 강조하는 스마트 오피스는 어떻게 운영될까. IBM 직원들의 일상을 따라가 봤다.

 협업솔루션 기술영업을 하는 박성규 팀장은 출근하면 빈자리부터 찾는다. 박성규 팀장은 모바일-논모바일-재택근무 세 가지 중 모바일 근무자이기 때문이다.

 출근해 메인 로비나 각층 입구에 설치된 ‘플랙스무브’라는 자리 예약 시스템에서 빈자리를 검색해서 사용할 시간을 입력한다. 자리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그 자리에 있는 공용전화로 기존 개인 유선전화가 연결된다. 물론 퇴실 시에는 자동으로 전화가 회사 공용 사서함으로 전환한다. 퇴실한 후 외부에서 걸려온 전화는 녹음이 되고 휴대폰으로 메시지 등록 상황이 전달된다.

 자리를 찾았으니 이제부터 업무 시작. 박 팀장은 ‘IBM노트’라는 프로그램을 연다. 퇴근 후 들어온 메일을 체크한다. 메일 옆 창에는 보낸 사람의 상세 정보가 뜬다. 누가 왜 보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그 중 긴급한 도움을 요청한 메일을 발견했다. 다행히 보낸 동료의 상태는 ‘온라인’이었다. 회의 중이라는 상태가 되어 있다면 채팅이나 전화를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보낸이의 이름을 클릭해 곧바로 채팅창을 열고 정확한 요구사항을 파악한 후 바로 자료를 전송했다.

 고객에게 협업솔루션에 대한 문의가 왔다. 협업 솔루션 기술지원은 박 팀장 담당이지만 과거 같은 사례를 겪었던 다른 팀원의 경험이 궁금했다. 사내 트위터를 띄워 간단한 질문을 보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면 한참을 걸려 찾을 법한 답변들이 1시간도 안 돼 들어왔다. 2000명이 넘는 직원의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비즈니스 숏컷’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박 팀장은 고객이 기술적인 문제를 겪고 있을 때면 고객을 만나러 가야 했다. 전화로는 커뮤니케이션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박 팀장의 외근은 거의 없다. 웹으로 자료를 주고받으면서 담당자들끼리 회의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IT를 통해 더 빨리, 협업을 통해 더 똑똑하게=‘커리어 스마트’라는 교육프로그램이 있다. 한국IBM 전 직원 2300여명이 들어야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커리어 스마트는 자신의 경력을 체계적으로 정리함으로써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결원이 생겼을 때 곧바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한다. 인사 담당 부사장에게는 한 해 동안 진행해야 할 가장 큰일 중 하나다. IBM로터스라이브라는 웹콘퍼런스 툴이 없을 때에는 조직별로 일정을 짜서 몇 회에 걸쳐 교육을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2300여명이 동시에 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PC는 물론이고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단말기라면 뭐든 좋다.

 그뿐만 아니라 사업부가 다 모이는 전체 회의를 하기 위해서는 수십명을 수용하는 회의실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IBM에는 8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회의실이 딱 하나다. 과거에는 회의실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을 치러야 했지만 지금은 직원들이 현재 있는 장소에서 IBM로터스라이브로 접속해 회의를 마친다.

 스마트오피스의 장점은 ‘언제 어디서나’라는 것만이 아니다.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 사내 트위터처럼 지식을 공유하고 함께 문서를 만들기도 한다. 특히, 최근 문서프로그램인 로터스는 동시에 여러 명이 문서를 열어 편집하고 작성할 수 있는 기능(베타버전)을 제공한다.

 재택근무자들은 근무시간에 온라인만 돼 있으면 함께 업무가 가능하다. 소프트폰 프로그램을 설치해 자리번호를 그대로 사용하기도 한다. 사무실에 있으나 재택근무를 하나 업무 내용에는 차이가 없다.

 ◇고객까지 만족하는 IBM의 모바일 오피스=사실상 최고의 효과는 고객 만족도에 있다. 고객이 급한 일로 호출할 때 곧바로 웹에 접속해 해결할 수 있다. 고객은 담당자가 방문하는 시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로터스라이브는 기업 내 조직원뿐만 아니라 외부 사람도 초청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고객에게 초청메일을 보내면 고객은 URL 클릭만으로 해당 커뮤니티에 동참할 수 있다. 또, 브라우징이 되는 스마트폰에는 문자를 보내고, 고객은 문자 안의 URL을 클릭해 참여할 수 있다.

 박성규 팀장은 “스마트오피스를 구현해 얻은 최고의 성과는 비즈니스 효율성을 높인 것”이라며 “고객도 언제 어디서나 재빨리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