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2000원 전자책 국내서도 뜬다

직장인 송정현 씨(34)는 최근 애플 아이패드에서 위인전 만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후(WHO?)`를 내려받았다. 아들 치훈(6)이가 아이패드를 좋아하는 데다가 0.99달러로 책정돼 가격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성이나 홈 리빙잡지 앱도 많이 올라와 있어 생활에 적잖은 도움이 되고 있다.

송씨는 "최근 저렴한 어린이책이 앱스토어에 많이 올라와 있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익숙해지면 소설책이나 베스트셀러도 사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대형 서점의 존재를 위태롭게까지 하고 있는 전자책(e북)이 국내에도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플 아이패드가 국내에서도 보급이 확산되고 콘텐츠 업체들 시장에 맞춰 적극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국내 애플 앱스토어 아이패드 마켓에는 세계인물 도서, PDF노트, 마법천자문, 디보스토리북 등 유ㆍ무료 전자책 콘텐츠가 대거 상위권을 차지했다.

아이폰 마켓에는 게임, 사진, 생활, 생산성 관련 앱이 주로 순위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국내 모바일 앱 분석서비스 앱트랙트도 국내 앱스토어에서 유통되는 앱(26만1740개) 중 도서(전자책)가 4만5080개로 가장 많다고 분석했다.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3만1440), 라이프스타일(2만3280개) 앱을 훌쩍 뛰어넘었다.

정도희 앱트랙트(에이메일) 팀장은 "출판업계에서 수익 목적으로 전자책을 꾸준히 출판하고 기존 도서를 온라인으로도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앱이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전자책은 지난 2년간 `잠재력 큰 산업`으로 인정받아 교보문고 인터파크 등 온ㆍ오프라인 서점과 북큐브 등 전문업체 중심으로 잇따라 뛰어들어 시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미국의 `아마존 킨들`과 같은 전용 기기가 없어 성장세가 멈췄으며 삼성전자는 전용 단말기 `파피루스`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아이패드의 빠른 확산으로 국내 전자책 시장도 `2000원의 혁명`으로 불리며 급성장세를 타고 있다. 음원이 500원에서 표준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면 전자책은 평균가가 2000원에 형성되고 있다.

최신작은 5000~6000원에도 팔리지만 저작권이 끝난 작품은 무료로 공급한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은 전자책 시장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KT는 전자책 서비스 `올레e북`에서 신인 작가 발굴을 위해 서바이벌 형식을 도입한 작가 공모전을 실시하기로 했다. 신인 작가 작품을 전자책을 통해 출간하도록 한 것이다. KT의 전자책 마켓인`올레e북`은 시작 1년 만에 가입자 30만명과 6만여 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송영희 KT 콘텐츠&미디어사업본부장은 "전자책은 앞으로 무궁한 가치가 있다. 공모전을 통해 전자책 장점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전자책 시장성을 낙관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로아그룹컨설팅은 국내 전자책 매출(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전용 단말기 합산)이 올해 203억4000만원에서 내년에는 3배 가까이 늘어난 719억4000만원, 2012년에는 1575억8000만원, 2013년에는 3032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3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 셈이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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