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픽 폭증…`통신 대란` 현실로 다가온다

트래픽 폭증…`통신 대란` 현실로

 트래픽 폭증으로 인한 ‘통신 대란’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KT의 통화 밀집지역 세 곳에서 장시간 불통 사태가 발생했다. 연초 대비 1000%까지 급증한 트래픽을 기지국에서 처리할 수 없어 발생한 문제다.

 새해 대용량 트래픽이 필요한 스마트패드류가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문제는 더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KT뿐만 아니라 다른 통신사업자들도 조만간 겪을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점에서 사태가 심각하다.

 29일 KT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서울 강남역, 서울 남부터미널역, 성남 분당 서현역 인근에서 통화 폭주로 인한 불통 사태가 발생했다. 태풍 등 천재지변에 의한 사고가 아닌 통화량 폭주로 인한 통화불능 사고가 이처럼 빈발한 경우는 그동안 없었다.

 전문가들은 트래픽 폭주에 의한 통신 대란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입을 모은다.

 먼저 22일 발생한 서울 강남역 일대의 통화불능 사태가 40여분 동안 발생했다. 또 27일에는 남부터미널역 인근에서 6시간씩이나 통화불능이 지속됐다. 남부터미널역은 최근 KT가 기지국 1곳을 증설했음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트래픽에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경우다. 며칠 전 분당 서현역에서도 수십분간 통화불능 사태가 발생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나 한 해 마지막 날처럼 특별한 날에 통화량이 폭증해 문자메시지 등이 제대로 전송되지 않는 경우와 달리, 평상시 이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KT 측도 당혹해했다. 고객에게는 무료통화나 통화료 감면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되지 않는다.

 다른 통신사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SK텔레콤도 연초 대비 트래픽이 500% 이상 증가했다. 전용주파수(FA:Frequency Assignment)를 늘리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FA 증설로 대비할 수 있는 수준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롱텀에벌루션(LTE) 조기 도입이나 와이파이, 펨토셀 등 트래픽 분산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이런 전략도 현실로 다가온 통신 대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통신망 확충이라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일반적으로 통신망 확충에는 2~3년의 장기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LTE도 2012년에나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이동통신 전문가는 “근본적인 문제는 통신사가 늘어나는 트래픽에 너무 낙관적인 전망으로 대처한 게 문제”라며 “근본 대책 없이 통신사들이 무제한 요금제 등으로 트래픽을 유발한 것도 문제 발생을 앞당긴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KT 측은 “트래픽 폭증으로 인해 통화 불능 사태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KT뿐 아니라 다른 통신사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연초 대비 1000%씩이나 트래픽이 늘어나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