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CEO `5인5색`

  IT CEO `5인5색`

 실리콘밸리 ‘벼락 스타’ 페이스북의 성공 과정을 담은 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개봉하면서 IT 최고경영자(CEO)들의 성공방정식과 경영철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고 1조원에 육박하는 연봉을 받고 있는 마크 주커버그(페이스북), 스티브 잡스(애플), 래리 엘리슨(오라클), 에릭 슈미츠(구글) 등 스타 CEO는 세계 정상급의 IT 제국을 쌓았다. IT 시장이라는 전장(戰場)에서 이들이 어떻게 견고한 성을 쌓았는지 손자병법 군쟁 편에서 장수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기술된 ‘풍림화산(風林火山)’ 비유를 통해 살펴본다.

 ◇바람(風)처럼 빠르게=실리콘밸리에 혜성처럼 등장한 페이스북의 창립자이자 CEO인 마크 주커버그는 휘몰아치는 바람에 비유할 만하다. 5년여 만에 전 세계 5억 인구가 소통하는 ‘대박’ 서비스를 만들어낸 마크 주커버그는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로 올라섰다. 위치기반서비스, 전화서비스 등으로 사업영역을 무섭게 확장해 가면서 폭풍처럼 빠른 경영을 하고 있다. 한때 ‘날렵한’ 벤처였던 구글 직원들이 페이스북처럼 역동적인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며 연봉 인상 조건을 버리고 이직할 정도다. 또 그는 영화 소셜 네트워크에서 드러난 것처럼 각종 소송 스캔들로 또 다른 강한 바람을 몰고 다니기도 한 장본인이다.

 ◇숲(林)처럼 고요하게=구글의 에릭 슈미츠는 ‘소리 없이 강한’ 추진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스로를 잘 드러내지 않는 속 깊은 스타일로 2001년 수장을 맡아 구글을 세계 최대 검색업체에서 세계 정상의 콘텐츠 업체로 키웠지만 그 자신은 철저하게 뒤에 숨어 진두지휘한다. ‘그가 경영하면 투자자는 안심한다’는 말이 그의 리더십을 상징한다. 심지어 구글이 중국 정부와 갈등을 빚고 각국에서 구글이 개인정보 유출 조사를 받을 때조차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올해만 40여개의 업체를 조용히 인수하며 온라인광고, 소셜게임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불(火)처럼 맹렬하게=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는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사임한 마크 허드 전 HP CEO를 내부 반대와 논란에도 비롯하고 영입했다. 공개석상에서 HP를 강도 높게 비난했던 그는 이후 레오 아포테커 HP 신임 CEO(전 SAP CEO)를 소스코드 도용 혐의로 법정에 세우겠다고 윽박지르는 등 HP에 보복전을 감행하기도 했다. 한번 마음먹은 일을 추진하는 ‘불 같은’ 성품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맹렬한 공격으로 적을 항복시키는 그의 경영 스타일은 마이크로소프트(MS)를 견제한다는 목표 아래 산업스파이 행위도 마다하지 않았던 일화에서 잘 드러난다. 2009년 기준 연봉 8450만달러로 IT업계 CEO 중 연봉 1위를 몇 년째 고수하고 있다.

 ◇산(山)처럼 묵직하게=스티브 발머 MS CEO는 여전히 MS 설립자 빌 게이츠의 ‘2인자’ 이미지로 남아 있다. 나서지 않는 성격에 묵직한 경영 스타일은 ‘참모’로서의 스티브 발머의 경영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기업 인수를 통해 ‘한방’에 특정 시장을 공략하거나 무리한 사업 확장을 하지 않는 신중한 스타일로 산에 비유된다. 하지만 이런 진중한 경영 스타일 때문에 모바일 시대에 신속하게 대비 못해 애플이나 구글 등에 모바일 운용체계(OS) 시장을 빼앗겼다는 비판도 받는다.

 ◇바다(海)처럼 삼켜버리는=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자사의 사업 영역과 관련된 모든 것을 장악하고 관리하려는 ‘바다식’ 경영 스타일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서만 시장을 평정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중심으로 모바일 생태계를 장악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이팟’과 ‘아이튠스’로 하드웨어, 콘텐츠를 장악한 스티브 잡스는 전 세계를 ‘아이폰’ 열풍으로 몰아넣더니 이제는 ‘맥북에어’와 ‘아이패드’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터틀넥과 청바지를 고집하는 괴팍한 천재로 소문이 났다. 병을 극복하고 자신을 내쳤던 회사에 돌아와서 초일류 기업으로 부흥시킨 잡스는 1달러 연봉으로도 회자된다. 바다의 리더십 비유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CEO가 손자병법의 풍림화산에 더한 것이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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