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구름 속의 `갑`

국내 모 그룹 계열의 A사는 지난 1~2년 사이 서버·스토리지 등 정보기술(IT) 자산을 IT서비스업체로 이관했다. A사는 이제 더 이상 서버나 스토리지를 별도로 구매하지 않는다.

새로운 업무시스템을 가동할 때도 적어도 하드웨어(HW)에 대해서는 신경 쓸 일이 없다. IT서비스업체에 사용자 규모와 필요한 애플리케이션 정보를 알려주면 서비스업체가 적당한 서버나 스토리지 자원을 A사에 할당해준다. A사는 HW를 사용한 만큼 요금을 정산한다.

서비스로서인프라(IaaS) 방식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처음에는 최고경영진 차원에서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지만 중장기적인 비용절감 효과를 제시하자 경영진도 클라우드 컴퓨팅으로의 여정에 동의했다.

클라우드 컴퓨팅으로의 전환은 경영진을 위한 비용절감 효과 한편으로 IT담당자들에게 또 다른 효과를 가져왔다. 매번 어떤 서버, 어떤 스토리지를 구매할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 사라졌다.

“하루가 멀다 하고 회사를 찾아오던 서버·스토리지업체 영업 담당자의 발길이 뚝 끊겼다”는 A사 관계자의 우스갯소리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비단 IT인프라 구조뿐 아니라 IT비즈니스 구조도 바꾸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 A사를 방문하던 영업 담당자는 이제 A사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업체의 구매 담당자를 찾아야 한다.

영업맨 입장에서 이러한 변화는 챙겨야 할 고객 수가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에 자칫 구름을 거머쥔 ‘슈퍼갑’을 놓치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할 만한 요인이기도 하다.

한 서버업체 영업담당자는 “과거에는 하나의 고객을 놓쳐도 다른 고객을 확보해 만회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클라우드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이 같은 영업방식으로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좋은지 나쁜지를 떠나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두고 ‘뜬구름 잡는 놀이’라며 혹평하는 목소리가 여전하지만, 시장의 최일선에 해당하는 영업 현장에서는 이미 전에 없던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가 언제 올 것인지, 클라우드 컴퓨팅이 좋은 것인지 논하는 사이 이미 우리는 구름 속으로 들어왔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