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21세기 10년은 빠르게 온다"

이건희 회장 `100년 삼성`의 행보 밝혀

이건희 삼성 회장이 회장 취임 23주년 기념일을 맞아 1일 서울 서초동 삼성 사옥을 처음으로 찾았다. 기념일에 맞춰 열린 ‘자랑스런 삼성인상’ 시상식 참석이 목적이었지만 회장 첫 취임 때와 마찬가지로 임직원과 다시 대면하면서 ‘100년 삼성’을 위한 상징적인 행보를 내디뎠다는 평가다.

삼성 사옥을 찾은 이 회장은 실제로 이날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뜻을 분명히 하는 등 새로운 삼성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젊은 삼성을 표방한 데 이어 연말 정기인사에서 이재용 부사장에게 상당한 역할과 권한을 위임하면서 새로운 삼성을 준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이건희 회장은 1일 오후 서초사옥을 찾은 자리에서 “(삼성에서 차지하는) 이재용 부사장의 폭은 더 넓어지겠죠”라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이재용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 정기인사에서 이 부사장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길 것임을 시사했다.

이재용 부사장은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어, 사장 승진은 물론이고 기업 내 결정적 역할을 담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상대적으로 삼성전자 8개 사업부 중 특정 사업부를 맡거나, 삼성 계열사 CEO로 선임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신설 및 정기인사, 조직개편도 조속한 시간에 마무리짓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연말 인사는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하려고 한다”며 “컨트롤타워 명칭은 몇 가지를 두고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에 만난 김순택 부회장 역시 “컨트롤타워 명칭은 조만간 발표하겠다”면서 결정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이 회장은 내년도 경영 키워드를 묻는 질문에는 “새로운 10년이 시작됐다. 옛날 10년과 달리 21세기 10년은 굉장히 빠르게 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도 긴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임직원들도 신경 써서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은 두 딸인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와 이서현 제일모직 전무의 승진 여부와 관련해서는 “각 회사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이 참석한 올해 자랑스런 삼성인상은 공적상·기술상·디자인상·특별상 4개 부문으로 나눠 총 9명이 수상했다. 경영 성과 확대에 크게 기여한 임직원에게 수여되는 공적상은 존 세라토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부사장, 이태우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수석, 남효학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상무, 전광용 삼성엔지니어링 상무 4명이 수상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