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안드로이드 인증 이용 자사 솔루션 탑재 강요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내세워 휴대폰 제조사와 통신서비스 업계에 자사 솔루션 탑재를 종용하고 있다. 구글이 강조해 온 오픈 플랫폼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 행보여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생태계와 안드로이드 탑재 기기의 궁합을 알아보는 호환성 테스트(CTS:Compatibility Test Suite) 등을 통해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개발 당시부터 삼성전자·LG전자 등 단말 제조업체, 이동통신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등이 포함된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OHA)’에서 오픈 소스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최근 구글은 안드로이드 마켓을 탑재할 수 있는 권한을 통해 제조 업체를 통제한다. 특히 구글은 자사 버전의 출시 의도에 맞지 않거나 자사 비즈니스와 겹칠만한 솔루션을 탑재할 경우 관련 승인이 지연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S의 안드로이드OS 2.2(프로요) 버전을 기본 탑재한 갤럭시S를 내놓으면서 와이파이 위치 정보 기술을 공급받던 국내 업체의 솔루션을 뺐다. 대신 구글이 제공하는 솔루션을 탑재한 뒤 프로요가 탑재된 갤럭시S를 출시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2.1에서 국내 벤처 업체의 솔루션을 이용했지만 구글이 확장하려는 위치정보사업(LBS) 관련 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승인 거부를 했고, 이 솔루션을 구글 자사 솔루션으로 바꾸자 승인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의 프로요부터 국내 회사의 솔루션이 빠진 건 사실이지만 업그레이드 자체가 이 때문에 늦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국내 중소기업인 엔스퍼트는 구글 인증없이 결국 안드로이드 마켓이 없는 스마트패드(태블릿PC)를 내놓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구글에 인증 관련 서류를 제출했지만 인증 일정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은 제조사가 만든 안드로이드 단말과 안드로이드 마켓의 연동을 살펴보는 검사를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구글은 사업자들에게 자사 솔루션 탑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 출시나 업그레이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뿐만 아니라 제조사나 이통사가 계획한 비즈니스 확대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

한편, 최근 출시된 갤럭시탭도 인증을 받기 위해 통화 기능을 추가하는 우회로를 택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탭이 구글이 최초로 인증한 첫 7인치 스마트패드라고 주장했지만 갤럭시탭은 구글에서 스마트패드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인증 받았다는 것이 그 주장의 배경이다. 제조사가 구글에 제출하는 ‘호환성 정의 문서(CDD:Compatibility Definition Document)’에 삼성전자가 통화 기능을 추가했기 때문에 구글도 사실상 스마트폰으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부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구글은 블로그 등을 통해 갤럭시탭이 최초 7인치 안드로이드 태블릿PC 모델이라고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통신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강조했던 플랫폼 및 단말기 등 모든 망에 대한 이용을 차별 없이 평등하게 다뤄야 한다는 원칙에 어긋난다”며 “구글의 ‘사악해 지지 말자(Don`t be evil)’라는 슬로건이 최근 무색해질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