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G 스마트폰, 끝내 연내엔 빛 못보나

SK텔레콤이 01X 번호 사용 고객을 위해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모토로라의 2G 스마트폰 `모토그램`. 내년 번호표시제 등 외부 변수로 출시가 불투명한 상태다.
SK텔레콤이 01X 번호 사용 고객을 위해 출시를 검토하고 있는 모토로라의 2G 스마트폰 `모토그램`. 내년 번호표시제 등 외부 변수로 출시가 불투명한 상태다.

01X 번호를 사용하는 2G 사용자들을 위한 스마트폰 출시가 번호표시제 등 정부의 새로운 이동전화 번호 정책에 막혀, 연내 실현될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SK텔레콤은 지난 2분기부터 자사 2G 고객을 위한 전용 스마트폰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모토로라의 스마트폰 ‘모토글램(MOTO GLAM)’의 CDMA 모델(모델명 XT800C) 출시를 검토해왔다. 모토글램은 CPU 720㎒에 3.7인치 TFT LCD를 채용하고 안드로이드 2.1버전을 채용한 제품으로 현재까지 출시된 3G망 스마트폰에 비해 스펙상 비슷한 수준이다. 그동안 스마트폰 사용을 희망해왔던 2G 이용자들은 출시 준비 소식에 기대감을 높여왔다.

그러나 지난 16일 신제품 발표회를 가진 모토로라코리아가 국내 실정에 맞지 않아 2G 스마트폰 출시 계획을 철회했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당시 모토로라 측은 국내 2G망이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데이터통신에 적합하지 않아 스마트폰 사용에 제약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SK텔레콤은 2G 스마트폰 출시를 ‘계속 검토 중’이라고 밝혀, 양측이 입장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모토로라가 밝힌 출시 철회 이유는 SKT 2G 고객들에게 망 품질이 나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SKT 관계자는 “모토로라 측이 밝힌 국내 2G망 현황이 스마트폰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현재 2G망에서도 충분히 데이터통신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2G 스마트폰 출시를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또 다른 이슈 때문”이라고 전했다.

SKT가 수개월째 2G 스마트폰 출시를 계속 검토만 하고 있는 이유는 내년부터 시행될 ‘01X 번호표시제’에 따른 것이다.

지난 8월 방송통신위원회는 내년 초부터 ‘01X번호표시제’를 3년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 번호표시제가 시행되면 01X 번호 사용자들은 새로운 010 번호를 부여받고 3G 스마트폰 사용해도 기존에 사용 중인 01X를 사실상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굳이 2G 스마트폰을 구입하지 않아도 충분히 기존 01X번호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스마트폰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SKT 관계자는 “번호표시제가 시행되면 기존 01X 가입자들에겐 단말기 선택권이 넓어지게 된다”며 “2G 스마트폰을 고객이 구입할 경우, 2년 약정이 걸리기 때문에 상당기간 동안 단일 기종을 보유해야 하는 등 제약 조건이 있어 출시 여부는 확정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출시를 염두에 두고 타당성 검토는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