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허각, 타짜 그리고 앱 개발자

케이블 채널이 주최한 ‘슈퍼스타K’가 장안의 화제다. 두 달간의 긴 여정을 끝내고 최종 승자가 가려졌지만 여전히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슈퍼스타K를 줄인 ‘슈스케’라는 애칭이 만들어지고 허각·존박을 포함한 참가자 대부분을 자연스럽게 입에 올릴 정도로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특히 주인공 허각은 중졸에 환풍기 수리공 출신이라는 가슴 ‘찡’한 인생 역정 스토리와 함께 프로그램 ‘한방’으로 스타 자리에 올라섰다.

여기서 호기심 하나. 슈퍼스타K에서 진짜 대박을 맞은 사람은 누굴까. 최종 우승자 허각, 아니면 아깝게 우승을 놓친 존박 둘 다 겉으로 가장 확실한 주인공이지만 슈퍼스타K 무대를 만든 ‘엠넷미디어’를 빼놓을 수 없다. 허각과 존박은 인기, 일정액의 상금과 광고수입 등을 얻었지만 엠넷 흥행 성적표와 비교하면 조족지혈 수준일 것이다.

엠넷은 실제 케이블 방송이라는 핸디캡에도 이례적인 18.1% 시청률을 기록했다. 눈에 보이는 브랜드 효과를 빼고도 간접 광고와 음원 수익 등 단순 계산해도 실제 주인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두둑한 수입을 올렸다. 스타는 시간이 지나면 기억 속에서 사라지겠지만 흥행에 성공한 엠넷은 내년, 내후년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슈퍼스타K 모델은 최근 관심이 높은 앱 비즈니스와 닮은꼴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가 뜨면서 애플리케이션 장터로 불리는 ‘앱 스토어’가 개발자를 위한 꿈의 무대로 떠올랐다. 프로그램 엔지니어는 물론이고 일반인도 앞다퉈 시장에 뛰어드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앱 개발 기초부터 응용까지 가르친다는 속성 교육 과정도 넘쳐 난다는 소식이다.

현실은 어떨까. 물론 허각 같은 슈퍼스타급 앱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오히려 찬바람이 불 정도로 냉정하다. 가장 수익성이 좋다는 애플에 등록하려면 심의기간 등을 고려할 때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등록됐어도 실제로 돈을 내고 사는 앱은 20만개 프로그램 중 10%에 불과하다. 10% 중에서도 두 번 이상 이용하는 앱은 채 10%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그냥 시간이 지나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질 뿐이다.

비용도 결코 만만치 않다. IT컨설팅업체 조사 자료에 따르면 아이폰용 유료 앱 평균 개발 비용은 400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정작 개발자가 벌어들이는 수입은 연간 따져봐야 8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결국 자본과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앱이 이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유료 매출 ‘톱10’을 보면 ‘선수급’ 전문성과 인력, 자본이 투입된 앱이 순위를 휩쓴다. 1인 기업, 2~3명이 꾸린 벤처의 대박 꿈은 ‘로또 1등’ 당첨만큼이나 힘들다는 게 결코 빈말이 아니다.

애플과 같은 무대 제공업체는 어떨까. 결코 손해볼 수 없는 장사다. 단지 흥행을 위해 분위기를 만들고 가끔씩 스타 플레이어만 나오면 그만이다. 걸출한 앱을 만드는 개발자가 많을수록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손에 땀을 쥐는 시나리오를 위해 숨 막히는 경쟁 조장도 빼놓을 수 없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기본 시나리오가 도박판과 닮았다는 점이다. 도박판은 흔히 타짜·설계사·하우스로 나눈다. 밑바닥에서 뛰는 ‘타짜’는 기술을 갈고닦아 ‘한방’을 노린다. 하우스 입장에서는 타짜와 설계사가 많을수록 이득이다. 판돈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돈은 누가 챙길까. 결국 하우스 주인이다. 앱의 대박 신화.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강병준 생활가전팀장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