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몽의 트위터 이야기] 트위터와 TV는 서로 돕는 친구

직업이 방송사 홍보팀장이고 또한 트위터 홍보대사를 자처하다 보니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트위터 보급이 늘어나 이용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TV 시청 시간이 줄어들텐데 방송사 홍보팀장의 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게 아니냐는 내용이다. 과연 그럴까? 사실은 정반대다. 지난 일 년 간의 사례들을 보면 트위터와 TV는 상호 대체제가 아니라 보완제에 가깝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2009년 말 MTV 비디오뮤직어워드(VMA)에서 진행자가 수상 소감을 이야기하던 테일러 스위프트의 마이크를 가로채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 TV를 시청하며 트위터를 사용하던 이들 사이에 집중적으로 논란이 가열되면서 시청자가 급격히 증가, 이 프로그램은 900만 명이라는 사상 최대의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2010년 들어 각종 빅이벤트들의 시청률이 계속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슈퍼볼 중계는 1억600만명이라는 사상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그래미상 시상식 TV 중계는 2600만명이 시청, 전년 대비 약 36%나 시청자 수가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 영향의 원인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사용량의 급증에 있다고 분석한다.

빅이벤트가 TV를 통해 방송되고 있을 때 트위터 이용량 역시 급격하게 늘어난다. 2010년 월드컵 기간 중 전 세계 트위터 이용량이 최대 기록을 넘었는데, 그 중 일본과 덴마크전 때는 1초에 무려 3283개의 트윗이 올라왔다고 한다. 1분에 최대 18만개 이상의 트윗이 올라왔다는 얘기다. TV와 트위터가 서로 보완제라는 사실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사람들은 TV를 보면서 마치 친구와 얘기를 나누듯이 트위터를 이용한다. TV는 트위터에서 서로 이야기할 공동 화제를 제공하고, 트위터는 TV 보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빅 이벤트일수록 함께 공유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러한 성향은 더욱 커진다. 그 예로 요즘 아시안게임에서 누군가 금메달을 따면 트위터의 타임라인은 온통 금빛 화제가 꽃핀다. TV와 트위터의 친밀한 관계를 엿볼 수 있는 순간이다.

많은 방송사들이 트위터와 TV의 긴밀한 관계를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트위터를 통해 방송 프로그램을 중계하거나 알리고, 방송 프로그램 내로 트위터 메시지를 끌고 들어오기도 한다. 트위터를 방송 곳곳에 배치하는가 하면, 아예 시청자들과의 트위터 소통을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한 방송사는 한국과 다른 나라의 축구 경기가 끝나자마자 유명인들의 경기평 트윗을 보여줬다.

트위터와 TV의 친한 관계는 스마트TV에서 방송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연동시키는 것은 핵심 서비스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TV 때문에 실시간 방송이 VOD로 대체될 수 있다는 예측은 반대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SNS로 이야기를 나누려면 실시간 방송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TV가 귀하던 시절,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TV를 시청하던 그 풍경이 21세기 스마트TV의 시대에 재현될 것이라고 과연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