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터넷 2010] 실익 도모하는 해외 기업들의 개방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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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5월 전 세계 인터넷업계는 플랫폼 개방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인 페이스북과 징가의 결별설에 이목을 집중했다. 페이스북은 앱 제공사의 결제수단을 자사의 ‘페이스북 크레디트’로 일원화해야 한다며 징가를 압박했고, 징가는 이를 거부하고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초강수를 두었다. 이 둘의 갈등은 결국 5년 기한 협정을 맺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면서 실익을 챙긴 셈이다.

#2. 애플은 최근 새로운 ‘앱스토어 리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어도비의 플래시를 포함해 다양한 기술을 앱 개발 시 사용하도록 허용한 점이다. 그동안 앱 제작에 가능한 기술을 제한해 폐쇄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애플이 개발자들이 더 효율적으로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정책을 변경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제한 완화로 애플이 개발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포섭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기업의 플랫폼 개방이 정착되고 여기에 참여하는 기업이 늘면서 그만큼 마찰과 갈등요소도 발생하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 유해정보의 범람 등 서비스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들도 발생한다. 하지만 해외기업들의 오래된 개방과 상생의 경험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고 사업적인 실익을 도모하는 능숙함을 갖게 했다. 즉 일찌감치 자신들의 플랫폼을 열어 개발자나 외부 기업과 상생하는 개방 생태계의 섭리를 체득하고 있는 것이다. 시행착오와 이로 인한 비판도 있지만 해외기업들의 개방 경험과 실익을 챙기는 과정은 이제 막 플랫폼을 개방해 외부 기업과 협업하고 이를 통한 글로벌 무대 진출을 본격화한 우리 기업들이 눈여겨볼 만한 요소다.

◇적극적 지원으로 생태계 조성=글로벌기업들은 단순히 플랫폼만 여는 것이 아니라 펀드 조성, 기술 협력 등 적극적인 지원책으로 외부 개발자·기업과의 동반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2007년부터 ‘fb펀드’를 조성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개발자와 기업들에 2만5000달러에서부터 10만달러까지 개발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2009년에 25개의 기업에 지원했고, 지원을 받은 기업은 이 돈을 상환할 필요 없이 순수 개발비로 쓸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들 기업에 개발에 필요한 기술적 협력은 물론이고 사무공간까지 지원하며 개발을 독려한다. 애플의 창업지원 펀드인 아이펀드(iFund)도 1억달러에서 올해 2억달러로 규모를 갑절 늘렸다. 투자 대상기업으로 선정되면 약 800만달러에서 1000만달러에 이르는 초기 투자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다. 기업들이 이렇게 펀드를 통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창의적인 앱이 많이 등장할수록 소비자들이 시장에 매력을 느끼게 되고, 그만큼 비즈니스 생태계가 크고 강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개발자와 소통 채널을 마련해 외부 개발자와 기업에 자신들의 기술을 공개하고 동참을 유도하기도 한다. ‘가제트 벤처스’로 개발자 펀드 지원에 앞서온 구글은 해마다 대규모 개발자콘퍼런스를 통해 자신들의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한다. 이는 당장의 이익 창출보다는 기업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고 구글의 플랫폼을 활용해 개발하는 우군을 확대함으로써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 결과 이들 기업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구글의 기업가치는 명실상부한 인터넷업계 1위며, 애플은 시가총액이 증가해 올해 처음 MS를 따라잡았다.

◇콘텐츠 질 관리 위한 자율규제 지속=이들 기업은 안전하고 건전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자율규제를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 우선 개발자들이 앱·콘텐츠 제작 시에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있다. 가장 까다로운 자체 심의규정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애플은 최근 앱스토어 리뷰 가이드라인에서 인신공격, 폭력, 포르노그래피, 사생활 등 콘텐츠 내용에 대한 자율규제 조항을 공개했다. 특히 이를 어긴 기업은 다시 앱 제작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강한 제재까지 더한다.

페이스북과 구글도 폭력성, 포르노그래피, 범법행위 등을 담은 콘텐츠의 유통을 금하는 자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들의 자율규제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역기능을 제어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으며, 지속적인 수정·보완을 통해 진화하고 있다. 아동 포르노 등 몇몇 사안을 제외하고는 사전규제를 일절 하지 않는 해외 각국 정부의 규제 철학도 이들 글로벌기업의 자율규제 정착에 큰 역할을 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에게 신뢰를 얻고 시장 기능을 활성화함으로써 부작용을 해결하는 방식을 체득하고 있는 셈이다.

◇갈등을 푸는 과정도 자산=물론 이들의 개방 플랫폼이나 정책이 완벽한 정답은 아니다. 최근 구글의 안드로이드마켓의 경우 유료 앱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게 하는 블랙마켓 앱으로 인해 저작권 보호정책이 논란이 되고 있다. 애플의 앱스토어는 ‘엠넷’ ‘벅스’ ‘도시락’ 등 국내 주요 음악 서비스에 ‘이통사를 통한 휴대폰 결제 방식이 애플의 정책과 상충된다’는 이유로 퇴출 명령을 내려 도마에 올랐다. 이들 서비스업체가 애플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관련 업계는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아이튠tm)에 방해가 되면 견제한다’며 애플의 폐쇄성을 비난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의 경험, 갈등을 해결한 경험도 개방전략과 상생정책에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개방 수위가 높을수록 예측하지 못한 문제점도 더 많아지지만 이런 갈등을 비즈니스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는 노하우들이 결국 기업의 밸류체인 구축과 생태계 형성에 상당한 힘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창희 한양대학교 경영컨설팅학과 교수는 “기업이 진화하는 단계에서 갈등이나 위협요소를 해결하지 못하면 실패한다”며 “조직이나 유기체는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요소까지 신경을 쓰고 준비를 하는 게 미래 비즈니스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