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위 위원장, 대통령 대신 민간 전문가가 맡기로

정부가 내년 3월 출범을 목표로 준비 중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의 최고 책임자를 당초 계획인 대통령에서 장관급 민간 전문가로 변경하기로 했다. 위헌 요소가 있다는 국회의 지적 때문으로 설명하고 있으나, 대통령이 위원장이 돼 범부처를 총괄하는 강력한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를 설립하겠다는 당초 목표는 처음부터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16일 청와대 및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기존의 ‘대통령 위원장’을 골자로 하는 국과위 위상강화 계획안을 번복하고 새로운 장관급 위원장을 선임하기로 했다.

당초 정부가 내놓은 안은 비상설 자문기구인 국과위를 대통령이 위원장이 되는 행정위원회로 바꾸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야당 일각에서는 국과위 위상강화 법안이 ‘대통령은 행정부처의 장을 맡을 수 없다’는 헌법 조문에 위배,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문제를 삼아 왔다.

임기철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은 “위상이 강화된 국과위 출범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위헌 시비가 있는 요소를 없애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과위 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섰던 이명박 대통령도 이 같은 수정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대신 국과위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 유명희 청와대 미래전략기획관을 당연직 상임위원으로 배치해 청와대 의중을 전달하는 통로로 삼을 계획이다. 또 상근 상임위원을 1명 추가해 장관급 위원장 1명, 부위원장과 상임위원 등 차관급 3명이 상근하는 조직으로 꾸린다. 이와 함께 120명으로 예정됐던 인원을 확충해 140~150명 규모로 키울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안에 대해 국회와 과기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상민 의원(자유선진당)은 “대통령이 위원장이 되지 않는다면 정부가 밝혔던 강력한 과기 컨트롤타워 설립 등의 정책 목표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면서 “과학기술부 등 정부 부처 형태가 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래서 설득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과기계 한 단체장은 “과연 민간 전문가의 말을 각 부처가 제대로 반영해줄지가 의문”이라면서 “이를 해결할 복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