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2.0]안테나 · 콘덴서/부품도 컨버전스 시대~

삼화콘덴서가 개발한 스마트그리드용 고출력 탄소나노 슈퍼 콘덴서
삼화콘덴서가 개발한 스마트그리드용 고출력 탄소나노 슈퍼 콘덴서

플립타입이나 폴더형 초기 휴대폰 모델이 유행하던 시절, 거추장스러운 안테나는 엔지니어들의 골칫거리였다. 통화품질과 직결되는 부품인 만큼 꼭 탑재해야 하지만, 디자인 측면에서는 불쑥 튀어나온 모양 탓에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고민은 안테나를 칩 형태로 만들어 인쇄회로기판(PCB)에 내장하는 `인테나` 기술이 나오면서 말끔히 해결됐다. 제품 상단에 잡리잡고 있던 안테나가 휴대폰 내부로 스며든 것이다.

스마트폰이 지금과 같은 완벽한 직육면체 형태를 구현할 수 있는 것도 안테나 기술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최근에는 완제품의 경박단소화를 위해 안테나를 휴대폰 케이스에 인쇄하는 기술까지 등장했다. 첨단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 사용자라면 이제 휴대폰 안테나가 필요 없는 세상이 왔다고 착각할 정도다.

◇안테나, 더 작고 얇게=최근 전장부품의 발전 방향은 다른 부품과의 융합이나 범용화가 화두다. 더 작고 얇게 만들어 완제품 가격 경쟁력을 높이거나 부품의 용도를 늘리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 전장부품인 안테나의 경우 기존 부품과 합쳐지면서 점점 더 경박단소화돼 가고 있다. 탑네트워크(대표 김용문)는 기존 몰딩 방식 내장 안테나 제조기법과 달리 휴대폰 케이스에 도금용 구리잉크를 분사해 안테나를 제작하는 PDS(Printing Direct Structure) 기술을 개발했다. PDS는 비용 절감, 휴대폰 내 공간 확보 측면에서 획기적 기술로 평가된다. 그동안 휴대폰 케이스 제조에 주로 쓰이는 폴리카보네이트에는 금속 도금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탑네트워크는 자체 개발한 특수 재질의 구리 잉크를 통해 기술적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했다. 부분 도금 방식으로 휴대폰 케이스에 직접 안테나를 그리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EMW(대표 류병훈)는 휴대폰 모델별로 새 안테나를 개발할 필요 없는 `메타 머티리얼 안테나`를 개발해 양산 중이다. 메타 머트리얼 안테나는 투과율과 유전율을 조정해 원하는 주파수를 잡아낼 수 있는 범용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휴대폰용 안테나는 같은 주파수대를 사용할지라도 제품 모델별로 따로 개발해야 한다. PCB의 형태 · 저항의 위치 · 휴대폰 케이스 재질에 따라 설계해 안테나를 배열해야 하기 때문이다. 메타 머트리얼 설계 기술을 이용하면 이런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 특히 LTE 등 4세대 이동통신 혹은 홈네트워크 분야에 필수다. 또 이론적으로 메타 머티리얼 안테나는 표준 안테나에 비해 20분의 1 크기까지 줄이는 게 가능하다. EMW는 자체 테스트에서 기존 제품과 동일한 성능의 안테나를 5분의 1 크기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EMW는 지난 2006년 정부에 65억원을 출연받아 메타 머트리얼 연구를 시작했으며, 지난해 말 연구개발을 완료했다. 설계 · 소재 기술은 이미 내재화에 성공했으며, 공정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콘덴서, 발전소 · 자동차 블루오션을 잡아라=원래 각종 IT기기에 필터 등의 역할을 수행했던 콘덴서는 최근 발전소 · 자동차 분야로 그 쓰임새를 늘리고 있다. 보조 배터리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셈이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한 IT용 콘덴서와 달리, 발전소 · 자동차용 제품은 높은 기술 장벽 탓에 아직 블루오션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

삼화콘덴서(대표 황호진)는 최근 발전소 등에서 충전지 기능을 하는 스마트그리드용 고출력 슈퍼 콘덴서 개발에 성공했다. 슈퍼 콘덴서는 충전용량을 대폭 높였기 때문에 충전기 기능을 한다. 과거에는 가전제품에 전원이 일시적으로 공급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백업용 배터리 대용으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산업용기기 · 전기차 · 스마트그리드 등으로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삼화콘덴서가 개발한 슈퍼 콘덴서는 기존 제품 대비 등가직렬저항(ESR)이 30% 줄어 고출력이 가능하며, 용량 변화율이 낮아 제품수명이 20% 정도 늘어나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그리드는 순간적으로 고출력이 발생하고, 안정적으로 대규모 전력 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에 슈퍼 콘덴서의 적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가전용 콘덴서를 주로 생산해온 뉴인텍(대표 장기수)은 자동차 · 발전소용 콘덴서 개발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뉴인텍은 YF쏘나타 · K5 등 국산 하이브리드카에 콘덴서를 공급하고 있으며, 발전소용 콘덴서 매출도 하반기 들어 점차 늘고 있다. 이 업체는 콘덴서 핵심 소재인 증착필름을 직접 생산하고 있다. 콘덴서 시장이 다변화되면서 증착 필름 매출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성호전자는 주력 분야인 필름형 콘덴서 기술력을 앞세워 TV 전원공급장치(PSU)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콘덴서 · 히트싱크 · 하네스 등 주요 부품을 자체 생산해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필코전자가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는 박스형 콘덴서도 자체 생산에 성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성호전자는 올해 초 월 500만개 수준에 불과하던 박스형 콘덴서 생산 규모가 월 3000만개 수준으로 증가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성호전자가 개발한 전원공급장치.
성호전자가 개발한 전원공급장치.
탑네트워크의 스마트폰용 안테나. 휴대폰 케이스에 안테나를 직접 인쇄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탑네트워크의 스마트폰용 안테나. 휴대폰 케이스에 안테나를 직접 인쇄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