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PT도구 `프레지` 한글 스타일 만든 노지훈씨

프레지 한글 스타일을 개발해 한글날 공식 발표한 노지훈 씨.
프레지 한글 스타일을 개발해 한글날 공식 발표한 노지훈 씨.

“좋은 프로그램을 더 좋게 만들어 모든 사람과 함께 나누는 게 제 꿈입니다.”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4학년 노지훈씨는 지난 9일 한글날을 맞아 의미 있는 발표회를 열었다.

지난해 4월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두 청년이 만든 새로운 형식의 프레젠테이션 도구 `프레지(Prezi)`용 한글 스타일을 개발, 이날 발표한 것.

프레지는 제품 출시 당시 미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를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제품이다. 출시 후 전 세계 유명 지식인들이 콘퍼런스 때 즐겨 사용함으로써 우수성을 입증한 도구다.

그 이유는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포인트`와 달리 스토리텔링에 최적화됐기 때문이다. 한 장의 큰 캔버스에 다양한 크기의 텍스트와 이미지, 동영상을 배치해 자유자재로 화면을 옮기며 이야기를 전달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그러나 문제는 프레지가 영어와 일어, 중국어만 지원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풍부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노지훈씨도 지난 8월 프레지를 접한 뒤 그 매력에 푹 빠졌지만 한글을 지원하지 않아 아쉬움을 느꼈다. 한글 스타일 개발을 위해 프레지 본사에 연락해 봤지만 답변이 없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프레지로 발표하는 한국인의 모임(facebook.com/pezKor)`을 개설해 프레지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무료 오프라인 세미나를 열어 한국인 프레지 사용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처음 프레지 본사에 한글 스타일 개발을 위한 도움을 받으려고 연락했을 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마 그들에겐 아직 한국과 한글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노씨가 개설한 페이스북 블로그의 프레지 사용자 수가 300명이 넘고 그가 국내에서 세미나를 여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자 프레지 창업자가 세미나에 자신의 인사말을 담은 동영상을 직접 보내오는 등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프레지 한글 스타일 개발 과정에는 페이스북 `프레지로 발표하는 한국인의 모임` 회원이던 산돌커뮤니케이션 최형환 · 노영권 디자이너의 도움이 컸다. 이들은 한글 폰트 개발의 기술적인 부분을 맡아주었다.

결국 노씨는 프레지 본사의 지원과 SNS를 이용하는 지식인들의 도움으로 지난 한글날 프레지 한글 스타일을 공식 발표했다. 당일 발표식과 함께 진행한 세미나는 영상통화로 부다페스트 프레지 본사의 피터 아르바이(Peter Arvai)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진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노씨는 “아직 버그를 개선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지만 한글날에 차세대 프레젠테이션 도구인 프레지의 한글 스타일을 발표하게 돼 무엇보다 뜻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프레지는 심플한데다 각종 창의 도구들이 있어 교육용으로도 각광받는 제품”이라며 “앞으로 우리나라 초 · 중 · 고교 학생들이 많이 활용해 창의적인 교육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졸업을 한 한기 남겨 두고 이미 지난 7월 근거리 무선통신 반도체 기업인 레이디오펄스에 인턴으로 입사한 노씨는 “포스텍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하는 등 너무 받은 것이 많아 앞으로 지식을 베풀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