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품 기획]사자의 디지털 유품 더이상 관망 안돼

죽은 이가 생전에 남긴 게시물은 상속 대상이 될까. 죽은 이의 계정과 계정이용권을 유족들이 이용해 유지 관리할 수 있을까.

인터넷이 개인 이용자의 일생을 기록하는 거대한 공간이 되고 있는 가운데 사자(死者)가 인터넷 공간에 남긴 게시물인 이른바 `디지털 유품`에 대한 명확한 개념과 처리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제3자의 정보 도용 우려와 정보자산에 대한 권리 행사가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상속 관련 법 · 제도 개선과 함께 서비스 사업자별로 다르게 처리되고 있는 디지털 유품에 대한 기본 가이드라인 마련 및 약관 반영의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전자신문사 후원으로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위원장 김창희, 이하 KISO)가 건국대에서 개최한 `사자(死者)의 디지털 유품 관리현황과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이 공동의 기준으로 디지털 유품 처리 절차와 기준을 자율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행 민법과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디지털 유품을 재산권으로 인정하지 않아 상속 대상이 아니며(민법 일신전속권) △제3자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 · 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비밀을 침해 · 도용 또는 누설할 수 없도록(정보통신망법) 규정하고 있다. 제3자는 배우자 및 직계가족도 포함돼 유족(혹은 상속인)들은 계정 폐쇄와 스팸 게시물 삭제 등만 요청할 수 있을 뿐 디지털 유품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비해 서비스 사업자들은 현실적으로 고인(故人) 추모 목적으로 미니홈피 · 블로그 등이 제 3자에 의해 운영되는 것을 강제할 수 없다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 포털은 유가족에게 서비스 차원에서 일부 자료를 백업, 제공하고 있으나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안진혁 SK커뮤니케이션즈 실장은 “전체 2500만개의 미니홈피 중에서 사자의 미니홈피 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상당수가 제3자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원칙과 현실이 서로 달라 서비스 사업자도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최근 인터넷 이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10 신인터넷 메가트렌드` 조사에서 `가족이 사망했을 경우 디지털 유품을 받기를 원하냐`는 질문에 3명 중 2명꼴인 66.7%가 `전부 또는 일부를 받기를 원한다`고 응답했다. `본인이 사망했을 때 유품을 남기기 원한다`는 의견도 34.5%에 달해 디지털 유품 상속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중 변호사는 토론회 발제를 통해 “서비스 제공자가 일관된 기준을 정하고 난 후 이용자가 스스로 디지털 유품의 처리 방법을 지정할 수 있는 절차를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수기자 mim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