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콘텐츠산업 경쟁력 지표

[콘텐츠포럼]콘텐츠산업 경쟁력 지표

시장조사 및 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세계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시장전망(2010~2014)에서 한국을 48개국 중 9위(2009년 기준)로 발표했다. 2008년 8위에서 한 단계 후퇴했지만, 2014년 10위까지 하락한다는 전망은 그간 콘텐츠산업 5대 강국을 목표로 역량을 집중해왔던 정부 입장에선 다소 맥이 빠지는 결과다.

얼마 전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139개국 중 22위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또한 국가브랜드 평가기관인 독일 안홀트-GMI가 한국의 국가브랜드지수(NBI)를 50개국 중 31위로 평가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우리를 평가한 결과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답은 좋든 싫든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경쟁력이나 국가브랜드를 정의하는 개념들이 모호하고, 조사방법 등에 있어서 문제가 많다는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한 PWC의 시장규모도 내수 소비시장 규모로서 국가의 인구수와 1인당 소비규모가 반영되기 때문에 저출산 심화와 가처분소득이 향상되지 않는 한 우리나라는 10위권에 머물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더욱이 매년 발표 때마다 산업범위가 바뀌고 있으며(2008년 15개→2009년 12개), 시장규모를 산출할 때 그 해의 환율을 적용하여 전년도에 발표했던 순위가 뒤바뀌는 결과를 초래하는 등 신뢰성과 일관성에서 문제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이 데이터를 활용하면 놀랄만한 결과가 나온다. 2009년 한국은 GDP규모가 약 8300억달러로 세계 15위권인데, 이를 한국의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시장규모인 288억달러와 대비해 보면, 그 비중이 3.46%로 미국(3.0%), 일본(3.24%), 독일(2.63%), 영국(3.35%), 프랑스(2.31%), 중국(1.54%), 이탈리아(1.97%), 캐나다(2.41%), 스페인(1.95%) 등을 다 제치고 세계 1위가 된다. 어쩌면 이 결과가 우리에게 있어서 진정한 시사점을 준다.

국내 총생산규모에서 차지하는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소비규모가 월등히 높다는 의미는 그만큼 우리 국민들이 콘텐츠를 좋아하고 즐긴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매일 아침 · 저녁도 모자라 주말까지도 드라마에 열광하는 주부들이나,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한 온라인 게임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일상적인 젊은이들, 그리고 학습만화로 교육과 오락(에듀테인먼트)을 동시에 습득하는 어린이들이 있기에 우리나라가 드라마, IT, 온라인게임, 교육 등에서 세계 강국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내수 소비를 바탕으로 콘텐츠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때 한국영화 점유율도 50%대를 유지할 수 있고, 세계 120개국에 진출한 캐릭터 `뿌까`나 108개국에 수출한 애니메이션 `뽀로로`가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최근에 국내 아이돌 그룹들의 활발한 해외진출도 그동안 쌓아왔던 한국 대중가요의 힘이 아닌가?

한국은 세계에서 스포츠 강국이다. 하계 및 동계 올림픽에서 모두 10위 안에 드는 성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쟁력은 각 국가의 스포츠 시장규모로 판단하지 않고, 공정한 규칙과 경쟁을 통한 금메달 순위로 판단한다. PWC의 시장규모 순위도 콘텐츠산업 5대 강국의 절대 지표가 될 수 없다. 국내 콘텐츠산업에서 가장 확실한 경쟁력 지표는 바로 우리 내수시장에 있다는 것을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현장의 애로점과 필요점을 해결해 주는 것을 가장 중요한 정책 지향점으로 삼아야 될 이유다.

노준석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 과장 yes0253@kocc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