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코리아2020] <3부> 기업이 똑똑해진다

KT 114 안내원 5명 중 1명은 요즘 집에서 근무한다. 각종 통신상품의 상담업무를 하는 자회사 직원 3400명 가운데 45명도 재택근무 중이다.

KT는 이달부터 연구개발(R&D) 분야 직원과 출산 여직원 20여명을 대상으로 출퇴근이 필요 없는 `스마트워킹`을 확대 허용했다. 머지않아 회사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SDS는 이미 7월부터 R&D 인력을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시범실시 중이다. 이에 앞서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오피스는 전 영업 사원을 대상으로 도입했다. 인사 및 평가시스템도 이 같은 스마트워크에 맞춰 대폭 개편할 방침이다.

SK그룹도 최근 모든 직원에게 스마트폰을 나눠주고 모바일 오피스를 도입했다.

국내 기업에 최근 스마트워크 바람이 불고 있다.

스마트워크를 도입하려면 대면 중심의 기업문화도 바꾸고 인사 · 평가제도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기업이 앞다퉈 스마트워크를 도입하는 것은 직원의 만족도와 업무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도 사무실 공간 등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권기재 KT 스마트워크 태스크포스팀장은 “스마트워크를 도입하면서 기존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잡일이 사라져 업무 집중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관리자도 업무 부여와 성과가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게 됐다”고 소개했다.

비IT기업에도 스마트워크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 삼성증권 등이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구축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포스코, 현대제철 등 조선 · 철강업체도 모바일 오피스 대열에 동참했다.

비IT기업의 눈부신 성공사례도 나오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 포스코 등과 함께 `황제주` 대열에 들어섰다. 화장품 회사가 한국 대표기업을 제치고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모바일 오피스로 무장한 방문판매원의 파워를 무시하지 못한다.

`아모레 카운슬러`로 불리는 방문판매원은 개인휴대단말기(PDA)로 고객을 만나기 전 무선으로 회사 서버에 접속해 고객정보를 확인한다. 고객이 좋아하는 화장품 종류, 화장품 사용주기 등 기본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으로 화장품을 추천한다. 한 카운슬러는 “예전 장부나 기억력에 의존해 관리하던 방식과 영업이 질적으로 다르다”며 “꼼꼼한 관심에 고객이 제품을 흔쾌히 구매할 확률은 훨씬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회사의 지난해 매출 총액은 7조3800억원이다. 이 중 방문판매로 올린 매출이 1조7930억여원이었다.

최근에는 `스마트워킹`뿐만 아니라 `스마트마케팅`도 각광받고 있다. 초고속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데이터의 유용한 상관관계를 발견해 경영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 솔루션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그동안 3일이 걸리던 고객 데이터 분석을 초대형 데이터웨어하우스(DW)로 22시간 만에 끝내게 됐다. 한국투자증권도 비슷한 솔루션을 구축했다. 빠른 데이터 분석으로 적시에 고객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해졌다.

이휘성 IBM코리아 사장은 “보험회사들은 대부분 보험사기 때문에 손실을 입는 등 골머리를 앓고 있다”며 “여기에 데이터 마이닝으로 보험사기별 유형을 분석해 모니터링하면 상당수의 보험사기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은행은 공간정보시스템(GIS)과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을 접목한 `G-CRM`으로 특정 지역에 맞춤형 마케팅을 해 혁혁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스마트 비즈니스 환경은 혁신 벤처의 생태계도 창출한다.

최근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누구나 아이디어 상품을 판매하는 앱스토어가 등장하면서 1인 기업, 사이버기업 등의 창업이 잇따르고 있다. 스마트워크센터가 지역 곳곳에 마련되면 사무실 없는 1인 기업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네덜란드는 전국 99곳에 스마트워크센터를 운영하면서 고용률이 20%나 증가했다.

스마트그리드, 스마트헬스 등의 컨버전스 산업은 보다 많은 중소 기술벤처의 탄생을 몰고 올 전망이다. 2001년 u헬스가 도입된 일본에서는 450만개의 직간접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

수평적인 네트워크에서 비즈니스가 전개되면서 기업 간, 심지어 이종 산업 간 사이버 협업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김현곤 한국정보화진흥원 단장은 “사이버 인프라가 갖춰지면 비즈니스 가치사슬상에 있는 동종 또는 이종 기업이 언제 어디서나 협업이 가능해진다”며 “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차세대 협업 시스템 개발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앞선 기술의 도입보다 문화의 변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홍문성 IBM코리아 실장은 “몇 년 전 IBM이 전 세계적으로 모바일 오피스 등 스마트워크를 전면 도입했을 때 국내 직원들은 매우 어색해하며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며 “여전히 눈도장을 찍어야 인사상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문화가 남아있다면 아무리 좋은 기술과 인프라가 있어도 스마트워크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