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사이버공간의 이해와 규제

[미래포럼] 사이버공간의 이해와 규제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에서 휴대폰을 들고 거리낌 없이 큰소리로 떠드는 사람들이 많다. TV, 인터넷 그리고 SNS에서도 개인적 잡설들이 넘쳐난다. 18억이 넘는 이용자가 접속하는 인터넷은 사적(private) 생활을 점점 공개(public) 공간에 노출시키고 있다. 인터넷 즉, 사이버공간의 넘치는 허위정보, 불쾌한 몰카, 과도한 노출, 악성 댓글, 무절제한 복제물, 만연한 음란물.

디지털과 인터넷 기술에 의한 사이버공간은 현실 확장에 불과한가, 아니면 1996년 존 페리 발로우의 `사이버공간 독립선언문`에 의해 태어난 또 다른 공간인가? 카뮈의 이방인이 보여준 자아상실과 부조리에 관한 실존의 문제는 사이버공간 시대에는 새로운 접근을 요구한다. 사이버공간에서 정작 본인을 숨기면서 남들을 최대한 공개 영역으로 두려는 자아는 분명 실존시대의 거대주의에 의해 버려진 익명의 자아와는 다르다. 이들은 디지털 신인류, 모태인터넷 세대 또는 은빛 물고기떼로 불린다.

사적 점유의 통신기술인 서킷(circuit)방식이 공유의 기술인 패킷(packet)방식의 TCP/IP(인터넷통신규약)로 대체되지만 초창기 인터넷은 벌거벗은 공간이었다. 수많은 응용프로그램, 총칭하여 코드(code)가 덧붙여져 공간을 채워왔다. 나아가 코드는 디지털 신인류의 사이버 활동양식의 기반이 되어 왔다.

새로운 코드들은 인터넷 활동의 감시 또는 추적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이러한 기술의 적용을 방해하는 익명유지 기술들도 내재하고 있다. 사이버공간에서의 익명성은 신으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은 지난 인터넷의 역사를 통해 자명한 것이다. 코드는 사실상 상업적 권력이 주도하여 개발되어 왔고 지금도 끊임없이 갱신되고 있다. 정부의 규제 부작위 상태에서 이미 너무 많이 전개되었다.

이렇듯 확대되는 공개(public) 영역이나 코드(code) 권력에 대한 정부규제는 억제되어야 하는가? 정부(입법)와 시장(자율)이라는 규제양식이 인터넷공간을 규제하는데 충분할까? 사이버공간은 현실공간보다 더 잘 자율 기제가 작동될까? 망신주기나 따돌리기 등의 방법으로 사이버공간이 유지될까? 이제는 미국의 법학자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이 주장하듯이 두가지 규제양식이 코드(code)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하는 시대이다. 코드는 자유를 보호하기도 하지만 심각한 침해를 야기하기도 한다. 본인확인제는 4년 넘게 치열한 토론 끝에 이미 시장에서 사용되는 코드(code)를 적용한 최소한의 규제로서 실명제와는 궤를 달리한다. GAMEY(구글 · 아마존 · MS · 이베이 · 야후)와 같은 다국적 인터넷기업들이 프로파일링이나 행태 타깃 광고기술을 통해 네티즌의 활동을 끊임없이 모니터링, 추적, 저장, 분석, 활용하는 것에 눈감는 것이 더 무서운 일이다. 그들은 코드의 맥락을 왜곡하면서 헌법적 가치에 숨어 상업적 권력을 휘두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규제능력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규제가 집행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완전해야 하지만 완벽할 필요는 없다. 코드에 의한 보다 적절한 규제내용을 만들어야 하는 정부의 역할은 무시될 수 없다. 정부는 새로운 거버넌스 시대에 늘 균형을 추구하고 규제양식들 간의 교환을 염두에 둔다. 사이버공간의 자유와 익명성이 주어진 것이라는 잘못된 주장이나 표현의 자유나 프라이버시 보호에 관한 얄팍한 헌법적 담론은 인터넷 자유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을 범람하게 만들었다. 사이버 부랑자가 배회하는 사이버 공간을 방치하면 자유에 대한 시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결과를 우리는 머지않아 보게 될 것이다.

황철증 방송통신위원회 네트워크정책국장 newdhjj@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