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K 출시가 미뤄지는 이유는?

`아이폰4` 들러리 우려…삼성·KT 입장차

지금 상태로라면 KT의 갤럭시K는 일러야 다음 달 말에나 공급될 예정이다. KT와 삼성전자가 다음 달 출시를 위해 논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협상이 길어지면서 10월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각각 삼성전자 갤럭시S와 갤럭시U를 출시한 상황이어서 KT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다.

KT는 전략단말 갤럭시S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는 아이폰4 출시에 앞서 갤럭시 판매를 늘린다는 장점도 있지만, 양사는 쉽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30일 “일정이 변동될 가능성은 있지만 갤럭시K가 KT용으로 출시되는 것은 변함이 없다”며 “망 연동 테스트, 특정서비스 추가 등을 협의해야 하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출시 지연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삼성전자와의 조율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있음은 틀림없다.

문제는 KT 스마트폰 마케팅 전략을 바라보는 휴대폰 제조사들의 시선이다. 제조업체들은 아이폰 판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시점에 납품할 경우 자칫 들러리 역할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휴대폰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아이폰에 우호적인 마케팅 정책을 펼치다보니 공들여 개발한 전략폰이 자칫 `아이폰의 서자폰`이 될 수 있어 제조사들이 우선 공급을 꺼리고 있다”며 “아이폰4 출시를 앞두고 있는 갤럭시K의 입장이 지난해 쇼옴니아가 처한 상황과 크게 달라질 것이 없어 삼성 측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전자가 KT에 공급한 쇼옴니아는 아이폰 출시시기와 맞물려 SK텔레콤 T옴니아가 50만대 이상 판매될 동안 10분의 1인 5만여대가 판매됐을 뿐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휴대폰업계 한 관계자는 “KT가 공급받은 다른 단말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폰에 집중하지 않으면 내부적으로 수익성과 재고에서 큰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KT에 아이폰이 버티고 있는 한 각 제조사가 공급하는 전략단말은 당분간 시기를 조절하며 출시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이폰은 KT 가입자 증가의 일등공신이지만 타 사업자와의 관계를 껄끄럽게 만드는 반란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업계 전문가는 “아이폰에 대한 보조금, 전시, 광고, 판매정책 등 애플은 KT가 아이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휴대폰 제조사가 다른 이통사와 동시에 KT에 공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업계는 갤럭시K를 아이폰으로 인해 불편해진 KT와 삼성전자의 관계를 해소하는 `바로미터`로 여겨왔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