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제2, 제3의 스마트폰 충격에 대비하자

[미래포럼] 제2, 제3의 스마트폰 충격에 대비하자

최근 스마트폰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SW) 역량의 현주소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또 앞으로의 길이 매우 험난함을 예고한다. 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공유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충격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다.

스마트폰은 더 이상 하드웨어(HW) 제조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의 휴대폰이 경쟁 기업보다 빨리, 싸게 제조해 수요자의 요구에 빨리 대응하고, 내부적으로는 원가 절감을 하는 것이 이윤 확대에 큰 몫을 차지하였다면 지금은 다른 이슈들이 추가됐다. 이들 중 우리가 취약한 부분은 SW 역량이다. 과거의 경쟁이 HW 위주였다면, 앞으로의 경쟁은 SW 중심의 경쟁이다. 이는 비단 스마트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향후 수출하고자 하는 유망 품목들인 원전, 자동차, 고속철, 항공기 및 공항 운영시스템 등의 경우 더 심각할 수 있다. 이들 시스템,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성하는 중요 요소 중에 하나가 SW임을 우리는 잘 안다. 특히 이들이 오동작하면 인명과 재산의 손실 등은 국가적인 명예, 기업의 신뢰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차세대 먹을거리들을 수출하기 위해 우리가 경쟁해야 하는 국가와 기업들은 SW 역량 면에서 우리보다 한수 위다. 이들과 SW 역량에서 최소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몇 가지 제안한다.

첫째는 SW 품질의 내재화다. SW 역시, 더 빨리(faster), 싸게(cheaper)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더 좋게(better) 만드는 것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할 때다. 단순히 기능만을 만족시키는 품질 확보가 아니라, 안전성, 사용성 등 기능 이외의 비기능적인 요구 사항을 명확히 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설계 및 구현을 통해 더 안전하고 사용하기 좋은 SW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특히 항공기, 원전, 고속철 등과 같은 시스템에서의 안전한 SW 개발을 위한 프로세스 구축 및 개선을 통해 개발의 모든 단계에서 품질을 고려하는 품질의 내재화를 준비해야 한다.

둘째는 창의력 있는 인재 발굴 및 육성이다. 과거 우리 산업의 발전사를 보면 창의력보다는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무장한 기업과 또 이를 묵묵히 따르는 성실한 인력이 선진국에서 먼저 개발한 상품을 복제하는 방법이 주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으로의 경쟁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향후 세계 1등 상품들을 많이 가지려면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한 충분한 보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또 현재의 능력보다는 잠재력이 있는 우수한 인재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 풍토가 조성되면 자연히 우수한 인력들이 SW 산업에 모일 것이다. 특히 SW의 경우, 소수의 창의적인 인재가 세계적인 기업을 일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SW 산업 환경 조성에 신경써야 한다. 단기 실적 위주의 SW 개발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성숙한 SW 산업 환경을 갖추는 데 필요한 정책을 세우고 이를 꾸준히 실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단품 SW를 2~3년에 만들어서 세계 시장에 나가 보겠다는 생각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또 시작품을 만들어서 데모할 수 있는 정도의 SW를 상품으로 착각하는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선진 SW 기술의 추격이 아니라 추월할 수 있는 연구 개발에 나서야 한다. 열매만 따려 말고, 좋은 열매를 생산할 수 있는 나무를 키우는 환경 조성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배두환 KAIST 전산학과 교수 bae@salmosa.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