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저작권 개정안의 맹점

디지털 저작권 관련 양형 규정을 다시 고민할 시기가 왔다. 양형 규정 개정을 논의하자는 말이다. 양형 규정이 바뀌지 않으면 디지털 저작권 관련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 대다수 선량한 국민을 범죄자로 만드는 방향이 아니라 근본 원인이 되는 범죄세력을 일벌백계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16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저작권법 개정안`이 논의됐다. 개정안의 뼈대는 한마디로 인터넷으로 불법복제물을 받는 사람도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그동안 개인적인 사용을 위한 복제는 저작권법의 면책 대상으로 여겼다.

개정안의 법적 근거를 문화체육관광부는 `저작권이 침해된 복제물임을 알고서도 받는 행위가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저작권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낮은 사실을 감안해서 일정 기간을 계도에 힘쓰고, 형사 처벌은 제외했다.

이번 개정안은 콘텐츠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인터넷으로 불법복제 콘텐츠를 받은 사람들에게 갈 무더기 손해배상은 불을 보듯 뻔하다.

과거 저작권법 강화로 상업적 이익이 아니라도 불법복제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에게 죄를 물을 수 있게 되자 일부 법무법인은 청소년을 상대로 무차별 소송에 들어간 사례가 있다. 정부는 부랴부랴 일정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유예제를 도입했지만 청소년 전과자 양산과 손해배상으로 인한 가정 파괴라는 사회적 악영향은 쉽게 지우지 못했다.

당시 상황과 이번 개정안은 여러모로 닮았다. 저작권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나 `죄를 지은 사람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누가 봐도 옳다. 하지만 당위성이 바로 정책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이번 정책은 아쉽다. 왜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이 침해되는지, 누가 근본 원인을 제공하는지, 어떻게 침해가 이뤄지는지 등 다양한 방면에서 검토가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법복제꾼들이다. 이들은 피땀 흘려 만든 콘텐츠 가치에 관심이 없다.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변태적 포르노를 제공해도 당당하다. 한마디로 돈만 추구하는 냉혈한이다. 이들을 뿌리뽑지 않고는 디지털 저작권 수호는 공염불이다.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노력을 먼저 기울이지 않고, 왜 다수의 선량한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지 의문이다.

특히 사법부 의지가 중요하다. 아쉽지만 불법복제꾼들은 사법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들은 `잡혀도 벌금 물고 나오면 된다`는 방식이다. 사법부가 이들을 벌금형으로 다루니 형사처벌 실적이 일선 경찰은 잡아봤자 득이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동네 잡범 잡는 게 승진에 이롭다.

과거 아날로그 콘텐츠에 비해 디지털 콘텐츠는 복제와 유통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30년 전에는 플레이보이 사진을 구하기 위해 반 대표가 위험을 무릅쓰고 세운상가를 기웃거려야 했지만 이제는 우리 아이들 컴퓨터 속에는 전 세계 음란물이 장르 별로 저장돼 있다. 같은 시기 구하기 힘든 영화나 음악은 비디오테이프와 `빽판`으로 충당했지만 이제는 미국 현지드라마 방영 후 30분 내에 자막까지 붙어서 불법복제 동영상이 나돈다.

디지털 저작권을 지키려는 정부의 의도는 바람직하다. 다만 방법론이 적절치 못하면 정책적 가치가 떨어진다. 보다 실효성 있는 저작권법 개정안과 사법부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