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컴퓨팅 `빅뱅`]<2부-2>게임의 규칙을 정하자

*자료:김앤장법률사무소
*자료:김앤장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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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중소기업 A사가 클라우드 컴퓨팅 방식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용자가 PC나 스마트폰에 HTS를 직접 설치하지 않고도 클라우드 인프라를 경유해 주식을 매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다.

서비스가 시작되자 HTS를 개발 · 배포하는 원 소유권자인 증권사에서는 한 차례 소동이 벌어졌다. 사용자가 이용하는 HTS는 증권사의 것이지만 정작 이를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제3자인 A사였기 때문. 해당 증권사는 A사에 항의했지만 A사는 HTS로 가는 합법적인 통로만 만들어준 것이기 때문에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클라우드 컴퓨팅 활성화를 앞두고 관련 법 · 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출현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규정과 기준을 찾지 못해 혼선을 빚는 상황이 비일비재할 것으로 우려된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과 서비스는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것이다. 반면에 이를 규정하는 법 · 제도는 과거의 기술과 서비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당연히 법 · 제도 측면에서 모자란 부분이 많거나 혹은 그릇된 방향으로 과잉 규제하는 경우가 나타날 수 있다.

새로운 서비스로 발생하는 문제 모두가 쉽고 명확하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복잡한 형태를 띨 것으로 보여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앞서 언급된 HTS 클라우드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증권사로서는 허락 없이 자사의 HTS를 외부 서비스에 사용하는 것이 불법으로 여겨지지만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는 해당 증권사로 갈 수 있는 도로만 만들어준 셈이어서 잘못을 탓하기 어렵다.

한 법률전문가는 “수많은 법적 요소를 따져봐야 하는 사안”이라며 법률적 판단을 유보했다.

심지어 증권업계의 반응도 엇갈린다. HTS를 제3자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이용당한` 증권사 가운데 일부는 고객이 늘어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에서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이처럼 이해 당사자별로 가치 판단이 엇갈려 심각한 분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와 기술을 규정하는 법 ·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또 다른 이유는 단순히 클라우드 서비스업체와 해당 증권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바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의 피해는 누가 책임지는지 하는 것이다.

해당 서비스상에서 HTS를 이용하던 고객이 서비스 혹은 솔루션 장애로 주식매매에서 손실을 입었을 경우 법적 책임이 어디에 속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처럼 클라우드 서비스에 관한 서비스수준협약(SLA) 가이드라인이 모호한 상황에서 이러한 논란은 다른 서비스에서도 언제나 발생할 여지가 있다.

클라우드 인프라에 장애가 발생해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때 이용하지 못하거나 클라우드에 저장된 고객 데이터가 유출 또는 유실된 경우 이를 누가, 얼마나 책임질지는 누구도 명확히 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법 · 제도 정비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지도 핵심적인 고려사항이다. 앞서 다뤘던 보안 · 안정성 문제와 마찬가지로 법 · 제도 정비 문제 역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클라우드 산업과 서비스 발전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소한의 법과 규제로 기업과 소비자 모두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야 한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은 아직은 초기 단계다. 어떤 서비스와 기술이 어떤 형태로 발전해나갈지 모르는 분야다. 섣부른 규제로 서비스 발전을 가로막기보다는 활성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