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스토리텔링을 품다

과학 분야 베스트셀러 `과학콘서트`의 저자인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지난달 27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외국에서 겪은 영어에 얽힌 실수담,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알려주면 선별해 연극표 2장을 선물로 드리겠다”는 제안을 했다. 하루 만에 정 교수가 받은 팔로워의 영어 실수담은 42건. 이후 며칠 간 받은 100건 이상 이야기 중에 정 교수는 재미있는 내용을 선별해 다시 트위터에 올렸다. 정 교수의 트위터는 순식간에 영어실수담 연재 공간으로 바뀌었다.

트위터에 `스토리텔링`이 들어왔다. 딱딱한 뉴스나 전문정보, 혹은 신변잡기 일색이던 트위터가 콘텐츠 산업의 근간이 되는 `스토리텔링`의 실험 무대가 됐다. 140자 단문메시지로 말하는 트위터가 소셜미디어인지 정보미디어인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스토리텔링으로 트위터가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정 교수를 팔로우하고 있는 직장인 윤 모(28)씨는 “지하철에서 정 교수님의 트위터를 읽다가 웃음을 참느라 혼났다”며 “평소 트위터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런 이야기가 많이 올라온다면 적극 활용할 것 같다”고 밝혔다.

스토리미디어로서의 트위터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진중권 씨는 지난 10일 “조금 남은 샴푸를 짜서 일회분을 만들었으나 얼굴에 발랐다. 뒤늦게 얼굴의 거품을 머리로 옮겼으나 턱없이 부족했다”는 생활 속 유머를 트위터에 올렸다. 그러자 그의 팔로워들이 `더 심한` 자신의 경험담으로 화답했고 진 씨는 그 중 재미있는 내용을 모아 다시 트위터에 게재했다.

또 최근 김수현 작가는 현재 방영 중인 자신의 작품 `인생은 아름다워` 대본 집필에 반영하기 위해 “20대의 데이트는 무얼 먹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려달라”는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그녀는 “수많은 사례 감사하다”고 답했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그동안 트위터로 많은 실험을 했다. 초기에는 사진과 글이 결합된 트위터를 도모했고, 그 뒤로는 개인미디어로서의 트위터, 논쟁과 브레인스토밍의 장으로서의 트위터, 이번에는 스토리미디어로서의 트위터를 실험해 본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트위터가 일촌 개념의 소셜미디어로서 역할이 가장 크지만, 트위터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갖고 있는 네트워크”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주고받는 트위터의 `스토리 미디어` 가능성은 훌륭했고 다행히 반응도 폭발적이었다”며 “한국의 이용추세는 당분간 소셜미디어에 머무르겠지만, 스토리미디어의 가능성이 발전하면 트위터에서도 `천일야화`나 `데카메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