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실명제

실명제(實名制)는 말 그대로 실제 이름을 밝히는 제도다. 이 단어가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한 계기는 ‘금융실명제’다.

금융실명제는 1982년 사상 최대 금융 사기사건으로 유명한 ‘장영자·이철희 사건’이 터지면서 필요성이 제기됐다. 금융자산을 실명으로 등록,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마련한 정책이다. 10년 이상 많은 논의를 거쳐 지난 1993년 8월 제도로 정착됐다.

실명제가 두 번째로 사회적 관심을 끈 사례는 1996년 6월 30일 실시된 부동산실명제다. 차명으로 이뤄진 탈세와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정책이다.

실명제는 이후 사회 각 분야로 퍼졌다. 정부의 정책이나 규제에 책임성을 높이고자 마련된 정책실명제와 규제실명제, 날림공사를 방지하려는 공사실명제가 대표적 사례다. 이름도 생소하지만 부동산 불법 중개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2007년 도입된 ‘공인중개사 간판실명제’까지 나왔다.

실명제 중 최근 ‘인터넷실명제’가 화제다. 인터넷 이용자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확인돼야만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릴 수 있다. 이 제도는 2004년 3월 12일 개정 공포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포함됐다. 인터넷실명제는 이후 2006년 7월 28일 일정 규모 이상의 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는 이용자의 본인 여부를 확인하도록 하는 제한적본인확인제가 추가되면서 더욱 강해졌다.

현재 헌법재판소에는 인터넷실명제의 위헌소송이 제기돼 있다. 소송을 건 시민단체와 제도 운용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헌재에서 찬반양론을 펼쳤다. 인터넷실명제의 효용성에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많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제도며 국내업체들만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무엇보다 규제 철폐를 들고 출범한 현 정부가 업계 자율에 맡기지 않고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모습도 의아하다.

제도는 다수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자 마련된다. 실명제도 마찬가지다. 다른 실명제와 달리 인터넷실명제만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