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글로벌 컨버전스 선도를 위한 전제조건

[ET단상] 글로벌 컨버전스 선도를 위한 전제조건

지난해 말 모건 스탠리는 ‘휴대인터넷 리포트(The Mobile Internet Report)’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 1995년 PC인터넷의 보급과 발전을 누구보다 앞서 예측한 모건 스텐리의 ‘인터넷 리포트(Internet Report)`의 후속편적인 성격이다.

IT업계와 월가에선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한 후자의 보고서를 `바이블`처럼 취급하고 있다. 아이폰의 성공으로 애플이 시장의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발표된 휴대인터넷 보고서는 스마트폰 등으로 인해 모바일 데이터가 증가할 것이고, 향후 5년 안에 모바일인터넷 사용자가 유선인터넷 사용자를 능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바일 빅뱅이라 불리는 스마트폰은 컨버전스와 무선인터넷이 통신시장 성장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무선 광대역망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으나, 무선 광대역망의 중추 역할을 하는 망이 유선 광대역 망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즉, 유선 광대역망 인프라는 서비스와 콘텐츠의 발달과 단말기기의 첨단화, 다른 산업과의 컨버전스 등을 수반하는 산업간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면서 사회·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유선 통신부분의 수익악화로 인한 신규 투자 및 신규 인력채용에 대한 회피, 인력구조 조정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우려되는 바가 크다. 유무선 대체, VoIP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전통적인 유선전화의 수익성은 급감하고 있고, 그간 성장을 이끌었던 초고속인터넷도 포화단계에 접어들어 매출은 정체되고 소매경쟁 심화로 비용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선 소매시장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유선과 무선,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대비한 지속적인 유선망 고도화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 보다 해외에서 보다 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EU는 2015년까지 초고속망 구축을 위한 100억유로 지원, 일본도 2015년까지 스마트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구축, 호주에서는 2012년까지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을 위한 3단계 계획을 추진하는 등 차세대 인터넷망 구축을 위한 체계적인 정책 지원이 시행되고 있다. 또한 유선의 접속료 등 도매대가를 인상하고 유선의 이동접속료 부담을 낮춰 차세대 유선망 투자를 촉진시키는 정책 방향으로 가고 있다. 통신망은 전통적인 장치산업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유선부문의 투자를 시장에만 맡겨 둘 경우 미래에 대한 투자가 소홀하게 되어 미래 방송통신서비스는 물론 연관산업, 국방, 환경, 문화 등 전반적인 국가 경쟁력 약화될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복지통신서비스의 원활한 제공 및 보편적 역무의 고도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래 컨버전스 산업발전을 위해 2013년까지 5년간 민관 합동으로 총 34조1000억원을 투자, All-IP기반의 유무선 초광대역융합망(UBcN)을 구축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통신망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제 통신 영역내 유무선 컨버전스는 물론 타산업과의 컨버전스가 미래 신산업이자, IT를 통한 선진한국 도약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선망 고도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관련 장비 및 서비스 등이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가 원활히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2010년의 시점에서, 앞으로 다가올 10년을 내다보는 컨버전스 시대에 대응해 탄력적이고 합리적인 통신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강병민 경희대학교 경영대 교수 bmkang@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