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로 꿈꾸는 유쾌한 미래” 이매진컵에 비친 `3색 미래`

 6일(현지시각)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한복판의 과학문화궁전. ‘소프트웨어(SW) 월드컵’으로 불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매진컵 2010’ 2차전이 열렸다. 1차전을 통과한 한국 대표 ‘알 유 젠틀(RU Gentle)’팀이 6명의 심사위원 앞에 섰다.

 붉은악마가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김은기(24·남·인하대)씨가 다소 상기된 얼굴로 자동차 모형에 시동을 걸었다. 자동차에는 ‘부드러운 경고’라고 명명된 임베디드SW가 탑재됐다. 운전 중에 다른 차가 끼어든 상황을 가정해 ‘이봐, 무슨 일이야(Hey, What`s up)!’라고 외치니 자동차 계기판엔 환하게 미소 짓는 아내와 딸의 사진이 나타났다. 가속페달을 밟아 자동차 엔진회전수(rpm)가 급상승하자 운전석 왼쪽 위편에 장착한 손 모형이 운전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흥분을 가라앉히는 아로마 향도 퍼졌다.

 “이 SW가 인류에게 어떤 도움이 되지요?” 한 심사위원이 물었다. 김현아(23·여·인하대)씨는 “운전자가 급제동·급발진을 시도했을 때 발생하는 탄소량을 줄인다면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들 수 있다”고 대답했다. 심사위원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알 유 젠틀팀은 결국 5개 팀이 겨루는 임베디드 개발 부문 결승전에 진출했다.

 주말까지 이어질 이매진컵 2010에는 지구의 밝은 미래를 꿈꾸는 세계 젊은이들이 정보기술(IT)을 활용한 유쾌한 상상 대결을 펼친다. 한국 젊은이들도 임베디드 개발과 차세대 웹 어워드 2개 부문에서 결승에 오르며 행복한 꿈을 보탰다. 행사를 주최한 MS는 전략 제품을 은연중 홍보하며 또 다른 미래를 준비했다.

 ◇IT로 재탄생하는 지구=올해 이매진컵에는 전 세계 69개 국가에서 400여명이 참가했다. 이번 대회엔 IT로 지구촌 문제를 극복하는 아이디어들이 단연 돋보였다.

 인종과 국가를 넘어 IT로 기아를 퇴치하고 교육 평등권을 보장하자는 상상이 넘쳐났다. 아동 사망률을 낮추고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할 대안도 모색됐다. 게임설계 부문에 처음 진출한 브라질 대표팀 파파퓨어(PapaPure)는 ‘내가 분리수거하지 않은 쓰레기가 다른 국가의 식량난을 야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모그의 모험(Morg`s adventure)’이라는 게임을 출품했다.

 SW설계 부문에 진출한 크로아티아의 ‘팅크 그린(Think Green)’팀은 원격지에서 MS 윈도폰7으로 온실 내 작물들의 생육 환경을 조절해 수확량을 극대화하는 솔루션을 내놓아 참가자의 관심을 끌었다. 상용화가 임박한 기술이다. 이 팀의 이바나 비러스 학생은 “매일 전 세계적으로 1만6000명의 아이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이 같은 난제를 IT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SW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한국 SW ‘미래는 밝다’=한국 SW의 미래를 이끌 젊은이들이 여타 국가의 인재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역량이 있음을 이번 대회에서 보여줬다. 최종 결과는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SW설계·임베디드 개발·차세대 웹 3개 부문에 출전한 팀 중 2개 팀이 결선에 진출해 우승을 다툴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 개발자들이 세계에서 통하려면 콘텐츠 생산능력뿐 아니라 콘텐츠를 더욱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커뮤니케이션 기술도 필요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 이매진컵 대표팀 감독인 한성은 한국MS 대리는 “한국 학생들은 미리 준비한 예상 질문에서 벗어난 질문을 받으면 당황한 나머지 질문 의도와 무관한 답변을 하는 경우가 있다”며 “영어 실력 문제가 아니라 고객을 논리적이고 감성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를 고민하는 MS=이 대회는 MS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가늠하는 자리기도 하다. MS는 실제로 2003년 첫 대회 이후 개최 부문을 여러 번 변경했으나 구체적인 제품 이름을 부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번엔 인터넷익스플로러8·윈도폰7 등을 처음 명시했다. 윈도폰7은 MS 내부에서 제품명을 넣어주기를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 이들 제품을 미래 전략상품으로 밀겠다는 의지가 투영됐다.

 제인 프레이 MS 시니어 리서치 프로그램 매니저는 “경쟁 부문은 마이크로소프트 내 각기 다른 부서별로 스폰서십을 통해 선정하는 것이며 특정 IT 상품이나 특정 성장 전략 방향을 발전시키려고 특정 상품의 이름을 넣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장기적으로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미래 개발자인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폴란드(바르샤바)=정진욱 기자 cool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