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 컨버전스 독주에 제동건다"

 구글의 ‘특허권 매집’은 아이폰이 세계 시장을 잠식한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보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검색업체가 스마트폰에 들어오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애플의 컨버전스 시장 장악 의지에 제동을 걸겠다는 구글의 야심이 숨어 있다. 스마트폰 시장을 놓치면 모바일 환경을 둘러싼 전후방산업까지 내어줄 수 있다는 세계 가전·정보 산업계의 고민도 특허전쟁에 투영됐다.

 ◇반(反)애플 연합전선 현실화=업계는 아이폰의 대항마로 안드로이드폰을 꼽는다. 구글의 위상 때문이다. 글로벌 제조사들 역시 애플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해 구글 안드로이드를 전략폰으로 채택했다. 두 기업의 전쟁에는 내로라하는 휴대폰 제조사들이 모두 연결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도 예외일 수 없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특허 전략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애플을 압박하는 수단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제조사에 관련 특허 양도요청을 한 것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에 더 이상 밀렸다가는 생존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구글과 반애플 진영의 절박한 심정을 담고 있다.

 애플은 아이폰4에 아이애드를 탑재했다. 구글은 물론이고 미디어업계 주 수입원인 광고 시장을 건드렸다. 미디어업계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애플의 도발로 보는 세계 미디어와 정보산업계가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중소 애플리케이션 기업들은 환영하지만 기득권을 쥔 대기업으로서는 애플을 용납할 수 없는 입장이다. 국중진 숭실대 교수는 “세계 시장을 잠식한 애플에 대한 세계 각 업체들의 위기감이 구글의 특허전쟁에 반영됐다”며 “안드로이드폰을 기반으로 한 업체들의 공조체제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폰 제국’과 ‘안드로이드 연합군단’의 싸움이 본격화했다.

 ◇시장에 미칠 영향은=“모두와 손을 잡겠다.” 재미있는 전략이다. 중소기업만이 아닌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뿐만 아니라 시장을 구성하는 모든 인력에 대한 ‘협력’이 연합군단의 전략이다. 그동안 독점적 영향력을 행사한 글로벌 기업들이 이런 전략을 쓴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애플 신드롬은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애플전선이 강화될수록 연합세력 결속력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 8일 삼성전자 갤럭시S 출시행사에 참석한 앤디 루빈 부사장이 ‘투명성과 개방성을 내세워 모든 제조사, 개발자와 제휴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중진 교수는 “글로벌 제조사들이 구글과 전략적으로 손을 잡는다면 말 그대로 ‘IT 3차대전’이 발발하는 형국이 될 것”이라며 “애플은 휴대폰 UI와 관련된 모든 특허를 등록해 놓은 상태여서 구글의 특허전쟁이 쉽지 많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허전쟁은 HTC를 측면 지원하기 위한 구글의 포석이 숨어 있다는 시각도 있다. 국내 업체로선 단순히 휴면특허를 매각하는 수준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구글은 궁극적으로 한국기업이 아니라 세계 시장 지배력을 갖춘 중국기업과의 제휴를 노릴 수밖에 없다. 삼성이나 LG도 이점을 고민해야 한다.

 윤정호 로아그룹 수석연구원은 “특허 침해소송의 경우 특허를 못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크로스 라이선싱 목적도 있다”며 “애플이 HTC에 소송을 낸 것은 중국 관련 특허를 HTC가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LG를 특허동맹으로 엮으려는 것은 결국 HTC 지원 계획의 일환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윤 연구원은 “안드로이드 OS 최상위 버전이 나오면 HTC에서 가장 먼저 테스트해 안정화 이후 각 제조사에 공급한다”며 “이번 특허전쟁도 HTC에 큰아버지 역할을 하는 구글의 전략이 숨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