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 1% 더 깬 나라와 1% 덜 깬 나라

 “동서고금을 통해 볼 때 민족국가는 1%의 차이로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되어온 것이 우리 인류의 역사였네. 한국사가 그러하고 세계 역사가 그러하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평생 한글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국민 의식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하셨던 오리 전택부 선생이 나에게 한 말씀이다.

 100년 전인 1910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강제 합병됐다. 무력에 의해 강제로 나라가 M&A되어 우리의 모든 자산이 타국 기업의 손에 무상으로 이용됐다. 지난 100년 동안 농업시대에서 산업시대를 지나 지식산업시대로 바뀌었다. 100년 전의 터전은 농토와 국토였다면 100년 후인 지금 지식산업시대에는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이 우리의 터전이 된 지 오래다.

 그 터전인 인터넷의 현실은 어떠한가. IT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그 시장의 상권은 누가 쥐고 있는가. 국내 최고의 인터넷 상권은 자발적인 M&A에 의해 이미 그 상권을 우리가 가지고 있지 않다. 인터넷에서 결제를 담당하는 전자지불(PG) 역시 상당 부분 우리 손을 떠났고, 사람을 모으고 기업에 알선하는 인력회사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인터넷의 꽃인 광고 시장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광고 시장 규모는 약 1조5000억원. 그 중 키워드광고 시장이 무려 1조원대다. 그런데 키워드광고 시장은 약 80%가 외국의 광고모델이 장악하고 있다. 10년 전의 희망이었던 인터넷 역시 알고 보면 100년 전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인터넷기업인 중 성공한 기업의 정의는 ‘팔고 떠나는 것’이 됐다. ‘글로벌 시대에 그 기업의 주인이 누구냐가 중요한가’라고 반문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그럼 왜 우리는 주인이 되어 전 세계를 경영하지 못하는가’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우리가 그런 능력이 있음에도, 우리 역시 세계 시장에서 같은 점유율을 가져야 함에도 너무 일방적으로 내어주고 있어 그 우려를 지적하는 것이다. 아니 일방적으로 내어 줄 수밖에 없는 그 원인을 지적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중소기업이 연간 1조원이라는 키워드 광고비를 지불하지 않고도 4000만 인구가 중소기업을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는 길이 있을 때 인터넷 생태계는 보다 합리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중소기업이 키워드 광고 헛클릭으로 헛돈을 펑펑 날리지 않을 때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30만 중소기업이 1명씩만 신규 고용을 한다고 해도 30만명의 고용이 창출될 수 있다. 핵심은 30만 중소기업이 헛클릭에 멍드는 외국 키워드 광고를 대신할 한글 인터넷주소(브랜드명이 곧 인터넷주소)를 정부가 시행만 하면 30만명의 신규 고용 창출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미래 100년, 적게는 앞으로 30년 후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중소기업을 지금부터 육성하지 않으면 급변하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우리나라의 위치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30년 후 우리를 먹여 살릴 지식서비스기업을 지금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

 청년실업이 갈수록 늘어가고 취업이 어려워 대학을 떠나겠다고 하는 2010년, 국치 100년을 맞아 오리 전택부 선생이 우리에게 남긴 1% 깬 나라와 덜 깬 나라의 운명을 생각하면서 미래 100년을 준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