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이 산모와 아기 살렸다!

게임 커뮤니티에 올린 도움글로 목숨 구해

온라인게임이 꺼져 가던 산모와 신생아의 생명을 살렸다. 사회적으로 게임의 역기능만 지나치게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커뮤니티 형성을 통한 선행이라는 순기능을 잘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달 26일 새벽 2시께 엔씨소프트 온라인게임 아이온 게시판에는 인천에 사는 신모씨가 쓴 ‘피가 급하게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RH 마이너스 B형인 자신의 누나가 출산 중 과다 출혈로 위험한데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신씨의 누나는 응급실에서 생명에 위협을 받는 지경이었다.

상황은 긴박했지만 해결 방안은 보이지 않았다. RH 마이너스 B형 혈액이 고작 4팩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한국인의 RH 마이너스 혈액형 비율은 0.1%에 불과하다. 고작 1000명 중 1명인 셈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B형의 비율이 30%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RH 마이너스 B형은 4000명에 1명 꼴, 전국적으로도 1만명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다.

신씨가 올린 딱한 사정은 삽시간에 수많은 아이온 이용자들에게 알려졌다. 트위터 등 다른 커뮤니티 도구를 통해서도 확산됐다. 그 결과 몇 시간 만에 수십 명의 RH 마이너스 B형 수혈자가 인천에 집결, 충분한 혈액이 마련됐다. 결국 신씨의 누나는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무사히 아기를 출산했다. 신씨는 26일 오후 5시쯤 누나가 의식을 차렸다는 소식을 아이온 게시판에 전했고 밤 10시를 지나서는 도움을 준 게임 이용자들에게 감사의 글을 게재했다.

윤진원 엔씨소프트 홍보팀장은 “현실 세계에서 빛과 어둠이 공존하듯이 그 자체가 하나의 사회인 온라인게임 내에도 순기능과 역기능이 존재한다”라며 “재미와 스트레스 해소라는 본연의 역할 이외에 온라인게임은 이용자 스스로 사회성을 익히고 자정 작용을 배울 수 있는 배움터”라고 설명했다. 윤 팀장은 또 “이번 RH 마이너스 B형 수혈 미담은 온라인게임의 사회적 순기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