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골 깊어지는 삼성전자와 KT

아이폰이 불지른 감정싸움에 `불편한 관계`

  KT와 삼성전자의 갈등이 깊다. 아이폰 출시 이후 소원했던 두 회사의 관계는 최근 이석채 KT 회장의 ‘홍길동론(論)’ 발언이 나오면서 골이 깊어졌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 기반의 전략 휴대폰 ‘갤럭시A’와 ‘갤럭시S’를 5, 6월 SKT를 통해서 출시하기로 했다. ‘갤럭시폰’은 삼성전자가 내세운 반애플전선의 선봉대다. 이쯤되면 삼성전자도 KT와 확실한 선긋기를 한셈이다.

 국내 2위 통신사업자와 최대 단말기 공급업체간의 갈등은 이동통신 시장 전체에도 영향을 준다. 두 회사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지, 앞으로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2회에 걸쳐 살펴본다.

 

“50만대를 주문하는 사업자와 5만대를 주문하는 사업자 가운데 누구를 선택하느냐는 시장 논리가 아니겠습니까. 제조사가 전략 스마트폰을 지원하고 정책장려금을 제공하는 것은 그만큼 이익을 남기기 위한 마케팅 포인트입니다.”

최근 만난 한 이동통신사업자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KT 관계를 이렇게 풀이했다. 역으로 말하면 삼성전자로선 KT가 이제 전략적인 파트너가 아니라는 것이다. 50만대 이상 팔린 T옴니아(SKT)에 비해 3W(와이브로, 와이파이, WCDMA)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쇼옴니아(KT)는 4만여대 판매에 그쳤다.

두 회사의 불편한 관계는 5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T가 애플 아이폰을 단독으로 들여오면서 ‘안방불패’를 이어온 삼성전자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아이폰은 출시 3개월 만에 40만대 이상이 팔렸다. 아이폰 돌풍은 삼성전자가 옴니아로 확보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리더십을 흔들었다. 특히 당시 삼성전자는 KT와 3W(와이브로, 와이파이, WCDMA)를 지원하는 전략 스마트폰을 제작을 함께 고민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KT는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개척자’와 ‘용기있는 결단’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우군인 삼성전자를 잃었다.

삼성전자가 KT에 서운해 하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역차별’이다. 휴대폰 활성화 차원에서 제조업체가 이통사업자에게 단말기별로 평균 5∼10%의 정책장려금을 지원한다.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관행이다.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KT는 계약조항으로 인해 애플 측으로부터는 한 푼의 정책장려금을 받지 않는다. 오히려 대당 5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조사가 KT에 정책장려금을 제공하면 이 금액이 고스란히 애플 아이폰 단말보조금으로 들어간다”며 “국내 제조사와의 형평성 논란과 함께 시장 공정경쟁에 있어선 말이 안 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KT가 아이폰에 지급하는 스마트폰 보조금이 사실상 국내 제조사가 지원한 정책장려금이라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KT 이석채 회장이 ‘홍길동’으로 지칭한 쇼옴니아에도 정책장려금을 지원한다”라면서 “국내 이동통신 시장 상황에 따라 ‘을’의 입장에 있는 제조사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KT 역시 단말 공급과 관련해 삼성전자에 섭섭함을 표출했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출시할 스마트폰을 모두 KT의 경쟁사에 집중하거나 먼저 출시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7일 출시할 첫 안드로이드폰 ‘갤럭시A’를 SKT 단독 모델로 공급한다. 다음달 선보일 ‘갤럭시S’와 6월에 공개할 바다폰 ‘웨이브’ 역시 SKT에 먼저 공급할 예정이다. 업계는 KT가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최대 단말 공급처인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KT 고위 관계자는 “KT가 아이폰을 들여오면서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을 열어놓은 게 사실 아니냐”며 “T옴니아가 50만대 이상 판매된 것과 쇼옴니아가 4∼5만대 판매에 그친 것은 삼성의 차별적인 보조금 지원 때문”이라며 서운함을 나타났다. KT는 쇼옴니아라는 광고 브랜드명도 쓰지 못한다. 삼성전자가 SKT(T옴니아), 통합LGT(오즈옴니아)와 달리 KT에겐 ‘쇼옴니아’가 아닌 모델명(SPH-M8400)으로 공급하기 때문이다. 이석채 KT 회장의 ‘홍길동론(論)’엔 이런 복합적인 불만이 담겨진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가 스마트폰을 1만대 주문하는 것과 10만대를 주문하는 것에 대한 제조업체의 마케팅 정책은 시장 논리상 달라야 하는 것 아니냐”라면서 “지금도 KT가 아이폰에 올인하는데 장려금을 동일하게 지원하는 것은 제조사의 실적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양사의 갈등이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