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샨자이지폰의 천국 화창베이]<상>진품같은 짝퉁폰 年 2억대 유통

아이패드 모조품 벌써 등장…속도 빨라

[샨자이지폰의 천국 화창베이]<상>진품같은 짝퉁폰 年 2억대 유통

 <상>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제품들

 우스꽝스럽기만 했던 중국 샨자이지(짝퉁 전자제품). 삼성·노키아 등 글로벌 휴대폰업체는 이제 웃지 않는다. 노키아는 샨자이지폰의 시장 잠식으로 벌써 타격을 받고 있다. 휴대폰 시장 1등을 위해 저가 시장 공략이 불가피한 삼성도 신흥 시장에서 샨자이지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판이다. 샨자이지폰이 국내외 휴대폰산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것인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현지 취재로 살펴봤다.

 세계 휴대폰 제조의 메카 선전. 이곳에는 삼성·LG·노키아·소니 등 세계 대부분의 세트업체와 수많은 부품업체가 모여 ‘전자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했다. 선전의 전자산업은 매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중국 경제의 성장엔진이 됐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도 있는 법이다. 선전의 또 다른 이름은 ‘샨자이지의 천국’이다. 시내 한복판에 있는 ‘화창베이(華强北)’ 시장이 그 메카다. 일본 아키하바라와 우리 용산상가의 중국판이다. 그러나 규모나 내용은 일본과 한국을 크게 압도한다. 용산상가보다 10배나 더 크다.

 이러한 규모보다 이곳을 더 유명하게 한 것은 바로 샨자이지다. 수동부품 하나부터 최신 아이패드까지 그대로 베낀 샨자이지로 넘친다. 이곳 샨자이지에서 최근 가장 비중이 큰 품목이 바로 휴대폰이다.

 샨자이지폰이라고 다 같지 않다. 겉모습만 베낀 가짜(페이크) 상품과 오리지널 샨자이지, 탈세 제품 등으로 구분된다. 페이크는 기존 정품과 비슷한 외관과 브랜드로 소비자에게 혼란을 준다. 삼송(Samsong), 노키오(Nokio)와 같은 브랜드를 붙였다. 짝퉁인 게 확 표가 난다.

 이와 달리 오리지널 샨자이지는 외관 및 브랜드가 정품과 거의 똑같다. 마감재나 기능의 차이를 일반인이 구별하기 힘들다. 최근 인기를 모은 애플 아이폰을 주로 베꼈다. 탈세 제품은 유럽·동남아 등지로 수출한 정품이 다시 중국으로 유입된 것들이다. 정부의 수출 지원을 받아 해외에 싸게 유통된 제품을 내수 시장에 몰래 들여온 제품이다. 샨자이지인지 아닌지에 논란이 많다.

 최근 중국 정부가 수출 지원을 낮추면서 탈세 제품의 인기는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 이 밖에 게임·음악 등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스피커를 6개 부착하거나 폴더폰에 터치스크린을 부착한 특이한 제품들도 종종 눈에 띄었다.

 샨자이지의 매력은 무엇보다 가격이다. 20달러 정도면 화창베이 시장에서 쓸 만한 휴대폰을 살 수 있다. 심지어 12달러짜리도 있다. 하루에 1∼2달러 수입으로 사는 개발도상국 소비자에게 샨자이지 휴대폰의 매력은 뿌리치기 힘들다. 어림잡아 중국의 샨자이지폰 출하량은 연 1억4000만∼2억대다. 지난해부터 인도·아프리카·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수출까지 된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도 화창베이에선 옛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샨자이지의 품질이 엄청난 수준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300여개에 달하는 샨자이지 휴대폰업체와 새로 생긴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져 품질이 떨어지는 휴대폰은 시장에 발을 내밀지도 못한다. 짝퉁도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곳이 바로 화창베이다.

 카메라모듈 전문업체 엠씨넥스차이나의 최만호 팀장은 “이곳에서 산 20달러 수준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고 받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2세대 통신 기능에서는 정품보다 나은 제품도 나왔을 정도”라고 말했다.

 최신 흐름의 수용 속도도 엄청나게 빠르다. 아이폰, 블랙베리 샨자이지는 물론이고 아직 해외에 판매되지 않은 짝퉁 아이패드까지 화창베이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유명 브랜드의 옷과 구두, 핸드백을 베껴 정품 못지않게, 되레 독자적인 짝퉁 시장의 영역을 구축한 중국 패션상품의 바통을 이제 휴대폰이 이어받고 있다.

 선전(중국)=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