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코리아·한국오라클, ERP 사업 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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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P코리아와 한국오라클이 KT의 차세대 전사적자원관리(ERP)사업을 놓고 격돌한다.

 사업 규모가 5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국내 최대 통신사업자의 구축 실적이 향후 글로벌 비즈니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수주전에 사활을 걸 태세다.

 표삼수 KT 사장(기술전략실장)은 11일 “이달부터 차세대 프로젝트 추진단이 본격 가동돼 가장 먼저 ERP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정확한 시기는 아직 미정이지만 이르면 다음 달 입찰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이달 최종 검토작업을 끝내고 다음 달 사업자 선정작업에 착수한다.

 SAP와 오라클은 이에 맞춰 벌써부터 시스템 검토작업에 콘텐츠와 기술을 간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물밑 영업전을 펼치고 있다. SAP코리아 파트너업체 한 관계자는 “수주전 향방에 따라 양사 100여개 파트너사의 한 해 농사도 좌우되는 만큼 공식적인 입찰이 발표되면 양사뿐만 아니라 100여개 파트너도 가세한 영업 대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수주전 판세는 우열을 예단할 수 없는 ‘안갯속’이다. 통합 전 KT는 오라클 제품을, KTF는 SAP 제품을 각각 사용해왔다. KT가 KTF를 사실상 흡수 통합하면서 처음에는 오라클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통합KT가 이번 기회에 ERP를 재무·회계 부문에 국한하지 않고 경영 전반의 관리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양상이다.

 표 사장은 “차세대 ERP 도입을 위한 블루프린트 컨설팅을 받은 결과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등 경영 전반의 영역을 포괄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가장 중요한 기준은 ERP 패키지가 얼마나 통신사인 KT 조직과 업무 프로세스에 적합한지에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KT가 사업자 선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면서 오라클에서 SAP로 무게중심이 기울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KT의 블루프린트 컨설팅에서는 SAP 패키지를 제안한 액센츄어 컨소시엄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기도했다. SK텔레콤 등 국내 대부분의 통신사도 SAP를 사용 중이다.

 하지만 원래 KT가 오라클을 사용해온 터라 구성원들이 더욱 익숙한 시스템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AP코리아 관계자도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아오는 윈백이 여간 어려운 만큼 쉽지 않은 경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표 사장은 “ERP 구축은 패키지 라이선스 비용이 전체 사업비의 10% 정도밖에 안 되고 대부분이 개발 비용과 운영 유지보수 비용”이라며 “토털 코스트(총비용)도 하나의 고려사항이 될 것”이라며 가격 경쟁도 시사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