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자체 AP 채택 늘린다

삼성전자가 자사의 전략 스마트폰에 자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채택을 늘려 눈길을 끌고 있다. 휴대폰과 시스템LSI 사업 부문의 공조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대표 최지성)는 전략 스마트폰 ‘바다폰 웨이브’과 ‘갤럭시S’ 등에 시스템LSI 사업부서 개발한 1GHz의 AP를 채택했다. AP란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 MP3·동영상·3D그래픽 등 통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능을 지원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흔히 PC의 중앙처리장치(CPU) 역할에 비유되곤 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휴대폰에 자체 AP를 사용하는 일이 드물었다. 삼성은 퀄컴, TI 등 해외 글로벌 비메모리 업체들의 제품을 주로 써왔으며 자체 AP를 휴대폰에 채택한 건 작년 하반기 출시한 ‘제트폰’이 처음이었다. 이후 스마트폰인 ‘옴니아2’에도 들어갔지만 삼성 AP가 애플 아이팟, 아이폰 같은 글로벌 히트 상품에 적용돼왔던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자사 제품 적용이 상당히 늦었던 셈.

삼성의 전략이 변화한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기술 수준이 대폭 향상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비메모리 분야에선 후발 주자인 삼성은 작년 7월 1GHz AP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1GHz의 클럭 스피드는 업계 최고 속도다. 또 세계 최초로 45나노 공정을 적용해 고성능과 동시에 저전력도 특징이다.

때마침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급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애플, 블랙베리 등 스마트폰 업체들이 부상하자 삼성 역시 고성능 스마트폰이 필요하게 됐고 삼성만의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 AP 내재화를 선택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내 AP 제조 업체 관계자는 “삼성이 고성능 AP를 개발하면서 외부 제품 사용을 줄여 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며 “바다폰이나 갤럭시S 등 간판 상품에 적용되는 걸 보면 내재화 전략이 구체화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삼성 AP를 쓰던 애플 역시 제품 차별화를 위해 ‘아이패드’서부터 자체 AP로 돌아서 앞으로 아이폰 등 차세대 제품에 들어갈 AP는 직접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AP를 사용한 제품들이 더 많아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시스템LSI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우남성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반도체 포럼에서 “내년(2010년)에는 삼성의 AP를 채택한 제품들이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퀄컴, TI, 엠텍비젼, 텔레칩스 등 AP 업체들은 이제 삼성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