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대만이 살아난다`

 치킨게임에 내몰렸다가 올해 들어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재기한 대만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한층 공격적인 태세로 회생을 시도한다. 호황기로 접어든지 얼마 되지 않은 반도체 시장에서 가격 인상에 동참하는가 하면, 일본과의 동맹도 빠르게 진전됐다. 비주력 사업 매각을 통해 주력사업에 투자를 집중하는 모습도 두드러진다.

 31일 디지타임스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는 올 2분기부터 자사 생산 제품의 가격을 2∼6%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종합반도체(IDM) 업체의 위탁 생산 물량에 대해 2%, IC 디자인 업체들의 경우 최고 6%까지 올릴 계획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난야테크놀로지도 4월부터 D램 고정거래가를 10% 정도 인상하기로 했다. 이 업체는 지난달에도 6∼10% 가격을 올렸다.

 대만 프로모스는 최근 일본 엘피다에 공급할 63나노 DDR3 메모리 시생산에 착수했다. 올 하반기 본격 양산에 들어가 연말께 월 3만5000장에 달하는 웨이퍼 생산 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다. 이에 앞서 엘피다는 지난해 말 프로모스에 차세대 공정 기술을 제공하고, 프로모스는 자체 생산시설을 엘피다의 DDR3용으로 활용하기로 제휴를 체결했다.

 프로모스는 특히 조만간 또 다른 대만 반도체 업체인 마크로닉스에 12인치 웨이퍼 라인을 매각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금은 70억∼90억대만달러(약 2500억∼3200억원) 규모로, 프로모스는 이를 엘피다향 메모리 디자인 라인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최근 합병을 완료하며 세계 3위 LCD 업체로 부상한 대만의 치메이이노룩스는 자회사인 ‘치메이에너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치메이에너지는 비정질(a-Si) 실리콘 방식의 박막 태양전지 모듈 업체로, 결정질 실리콘 모듈과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합병 후 자회사 정비 등 안정화 작업을 진행하는 한편, 본격적인 호황을 구가하는 LCD 패널 시장에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