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환경, 스마트폰이 능사인가

 요즘 국내 IT 업계는 물론 거의 전 산업 분야에 스마트폰 바람이 불고 있다. 아이폰이라는 작은 이동통신 단말기에서 시작된 스마트폰 열풍은 그야말로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세계 휴대폰의 기준이자 트렌드가 되고 있어 휴대폰 제조사들은 앞다퉈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고 사람들은 이에 열광하고 있다. 음성통화나 문자메시지 같은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기능,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능은 기본이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은 이메일, 일정관리, 지식검색, 길안내 등 말 그대로 ‘똑똑한’ 비서의 역할을 해준다. 심지어 음악을 부르면 노래 제목을 찾아주고 스마트폰으로 영화관을 비추면 상영하는 영화 안내까지 해주는 증강현실이 접목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매력에 빠진 것은 개인 사용자만이 아니다. 기업 사용자들도 스마트폰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근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구축하는 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더욱 효율적이고 스마트한 업무환경을 구축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국내 대표 철강업체인 포스코도 ‘스마트 워크’ 마스터 플랜을 세워 올해부터 실행하고 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스마트폰의 확산과 모바일 환경에 맞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 정착이다. 포스코는 앞으로 다양한 스마트폰에서 업무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고 이를 그룹사에도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포스코 뿐만 아니다. 현대건설, 삼성증권, 동국제강 등 스마트폰을 자사 업무 효율성과 소통의 향상 도구로 사용하는 분위기가 산업 구분없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한 단말기가 스마트한 업무 환경을 구축해 준다는 것에 많은 기업들이 일말의 의심도 없이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기기 자체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는 것이 조금은 불안해 보인다.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들을 살펴보면 어떤 단말기가 좋을지, 어떤 요금제를 할지, 보안 정책은 어떻게 할지가 최대 이슈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사용자 만족도 측면에서 아주 예민하고도 중요한 이슈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아닌 기업 환경에서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구현하고자 한다면 우선순위가 단말기 선정에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이에 앞서 모바일 환경에 맞는 대대적인 업무 프로세스 개선이 최우선돼야 한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스마트폰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가 향후 스마트폰 없이는 무엇하나 제대로 못하는 ‘디지털 행동장애’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스마트한 환경 구축으로 한결 업무 환경이 편리해질 순 있지만 업무 처리를 똑똑하게, 창의적으로 할 수 있을지와는 또 다른 별개의 문제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