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이건희 회장과 트위터

[데스크라인]이건희 회장과 트위터

 이건희 삼성 전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2008년 4월 검찰 특검 발표 후 퇴임한 지 23개월, 지난해 말 특별사면으로 공식 활동을 재개한 지 3개월 만이다. 이 회장이 갖는 위상 때문인지 복귀 소식은 발표가 이뤄진 24일부터 다음날인 25일까지 주요 미디어 헤드라인을 빼곡히 장식했다. 경영 복귀는 발표 당일까지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삼성 측은 복귀 소식을 일체 함구하다가 당일 오전에서야 모든 매체에 공개했다.

 기자의 호기심이 발동했다. 복귀 소식을 제일 빨리 전한 매체가 어디였을까. 실시간으로 뉴스를 올려 주는 연합뉴스와 같은 통신사, 아니면 최근 속보성 정보로 주가를 올리는 온라인 미디어. 모두 아니다. 정답은 ‘트위터’였다. 폐쇄적인 내부 통신망을 제외하면 트위터가 최소한 속보 면에서는 특종을 했다. 발표 당일 오전 삼성그룹 공식 트위터에 ‘이건희 회장 멘트’라는 제목으로 복귀 소감이 제일 먼저 떴다. 이 소식은 빠른 속도로 다른 트위터로 퍼져 나갔다. 이어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로 했다”고 확인했다.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한 가장 빠른 전파 도구는 트위터라는 사실을 다시 입증받은 셈이다.

 트위터 위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공식 발표 자리에선 트위터를 일체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요 매체는 오히려 트위터 내용을 현장 소식보다 더 비중 있게 다뤘다. 25일 대부분 조간 신문은 트위터에 올라온 회장 소감 메시지를 대서특필했다.

 복귀 소감이라고 올라온 ‘트위트(트위터에서 올리는 140자 이내의 짧은 글)’는 사실 삼성의 작품이다. 삼성은 지난달 기업 차원에서 트위터를 처음 시작했다. 아직 운영도 미흡하고 아직 시행착오를 거치는 단계다. 삼성은 이 회장 복귀 소식을 올린 지 7시간 만에야 두 번째로 반응을 전했다. 24일 오후 4시께 “임직원 반응도 사상 최대로 대단하네요^^ 사내 게시글의 조회 수와 댓글도 엄청난데요∼” 하는 문구가 트위터에 올라왔다. 트위터의 가장 큰 특징인 실시간 소통에 비춰 본다면 턱없이 늦은 반응이다. 그러나 홍보라는 입장만 본다면 삼성은 ‘흥행’에 성공하고 이건희 회장 복귀 건만 놓고 본다면 그 효과를 적잖이 누렸다.

 트위터는 지금까지 개인 중심이었다. 피겨 스타 김연아, 소설가 이외수, 기업인 중에서는 박용만 두산 회장, 여기에 일부 국회의원 등이 재치있는 트위트를 날려 인기를 끌었다. 아마도 기업이 트위터를 활용해 주목을 받은 것인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개방과 실시간 소통의 대명사인 트위터와 제조업의 대명사 삼성의 만남. 아직은 좀 어색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삼성도 무시못할 정도로 트위터는 이미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다. 100억 트위트를 돌파했고 전세계 사용자가 8000만명을 넘어섰다. 미국에선 트위터에 익숙한 신세대가 ‘e메일’을 따분해 한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그만큼 세상은 빨리 돌아간다. 좀 서늘한 우스갯소리이겠지만 졸면 죽을지도 모르는 세상이다.

강병준 생활가전팀장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