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방통위의 `진흥DNA`

[데스크라인]방통위의 `진흥DNA`

 방송통신위원회가 첫돌을 맞은 지난해 3월 26일.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2년차 방통위의 숙제로 ‘직원 기 살리기’와 ‘진흥 역할의 강화’를 강조했다. 방통위의 흔들리는 IT위상에 대한 우려, 그리고 떠나가는 직원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함축된 위원장의 목소리는 방통위 공무원들의 마음속에 생생히 각인됐다. 그때부터 방통위는 대내외 위상에 대해 신경 쓰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 방통위가 두돌을 맞는다. 역부족이었을까. 사무총장제 도입 조차 답보상태다. 처음부터 쉬워보이지 않았던 산하기관이나 지원·진흥 조직의 확대는 더욱 더 그렇다. 1년전 현안이었던 타 부처와의 업무 중복, IT에서의 방통위 위상과 직원들의 사기는 더욱 떨어졌다. 타 부처로 옮긴 동료를 부러워할 정도다. 그들의 먹고 사는 이야기는 술자리에서 좋은 안주감이 된다.

 방통위가 가장 두려운 시간은 내년이다. 1기 위원장과 상임위원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이후의 ‘(방송통신) 위원회’ 모습은 안개 속에 가려졌다. 더욱이 연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힘있는 수장을 떠나보낸다면 그 이후 헤쳐나가야 할 2기 모습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정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새로운 위원장의 가슴에 IT가, 직원이 들어갈 공간이 너무 적다.

 두 돌을 맞는 방통위에서는 정통부 시절 왕성했던 공무원들의 ‘진흥 DNA’가 작동하지 않는다. 초고속인터넷 이후 가장 뜨거운 이슈를 불러일으킨 ‘무선인터넷산업’과 통방시대 최대 화두인 ‘3D’ 이슈를 먼저 던지고도, ‘진흥’에 있어 타 부처의 적극적 움직임에 불편한 심기조차 표현하지 못하는 신세다.

 방통위 설치법 상에도 버젓이 명기된 ‘진흥’ 기능이 희석되면, 방통위 미래에 대한 희망조차 차단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방통위는 ‘규제기관’이라는 틀이 고착화될 것이고, 역할과 조직은 축소 일변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위원장은 “업무영역 문제가 나오면 답답해진다. 우리가 통신사 CEO 간담회를 하고 나니 지경부가 한다고 하고, ‘참 어찌할 수 없구나’ 하는 괴로움을 느낀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그의 고뇌를 어떻게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을까.

 그가 지난 2년간 위원회 조직의 한계와 문제점을 확실하게 파악했다면 이젠 해결책을 내놔야 한다. 최 위원장은 지금 믿고 따라온 직원들을 보며 ‘괴로워’할 때가 아니라 ‘강력하게 나서 줘야’한다. 공무원의 ‘진흥 DNA’가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정부 조직과 기능, 역할 재정립으로 길을 터 주는 방향이어야 한다.

 정통부 기능이 분산됐지만, 방통위는 명실상부한 ‘정통부 적통(嫡統)’이다. 1기 방통위가 진흥기관으로서의 존재감을 확립하지 않으면, 2기 방통위는 적통은 고사하고, 지분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된다. 정부는 공무원들의 ‘진흥 DNA’를 억눌러선 안된다. 그것은 축소지향적인 방통위의 모습이다. 오죽하면 정치권에서 미래부, 성장동력부 등 부처 재정비 논의가 솔솔 나오겠는가. 아직 시간은 있다.

심규호 통신방송팀장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