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자업계 `2차 치킨게임` 승기 잡았다

세계 경기 회복으로 글로벌 전자업체들이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우리 업체의 시장 지배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만과 일본의 반도체.LCD 업체들은 생산 장비와 핵심 부품을 공급받는데 차질을 빚어 늘어난 제품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D램익스체인지는 올 1분기의 전 세계 1Gb 기준 D램 출하량을 작년 4분기(29억개)보다 10% 이상 증가한 32억개로 전망했다. 가격도 지난해 9월 이후 단 한 번의 하락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D램은 매년 말부터 이듬해 1분기까지는 재고 조정으로 비수기에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올해는 데스크톱 컴퓨터와 노트북 등 IT 제품의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때아닌 호황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 시장의 약 15%를 차지한 난야, 이노테라, 파워칩, 프로모스 등 대만 반도체 4사의 매출 합계는 지난해 11월 약 170억 대만달러를 정점으로 계속 감소해 지난 2월에는 140억 대만달러 대에 머물렀다.

이는 미세 반도체 공정의 핵심 장비인 ‘액침 스캐너(immersion scanner)’를 비롯한 신규 생산 장비를 제때 납품받지 못하면서 50나노대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50나노 이하 미세 공정 비율이 50%를 훌쩍 넘었으나 기술력에서 한국 업체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받는 마이크론도 이 비율이 26%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2월 출하량 기준 D램 시장 점유율은 54.4%로, 1월보다 1.3% 포인트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같은 상황은 LCD 업계도 마찬가지다.

연초 비수기에도 LCD 패널은 가격과 수요가 모두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AUO, CMO, CPT 등 대만의 유력 LCD 업체들의 가동률은 70~80%대에 머물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100% 가까운 가동률을 기록하며 사실상 생산 공정을 ‘풀가동’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는 LCD 패널의 핵심부품인 유리기판 공급이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LG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한데다 부품업체들과의 든든한 관계를 구축해 놓아 부품을 조달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최근 2년여에 걸친 반도체, LCD 시장의 무한 경쟁을 버티고 살아남은 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경기 회복 추세 속에서 저마다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우고 경쟁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대만과 일본의 업체들이 지난해 탁월한 실적을 바탕으로 이미 두세 걸음 앞서가 버린 한국 업체들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올해가 지나면 우리 업체들의 위상이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