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디지털 세이렌`의 결박

[ET단상] `디지털 세이렌`의 결박

 온라인에서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는 사람의 사회·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매료시키지만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 마치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홀려 침몰하게 만드는 신화 속의 요정 세이렌(Seiren)처럼 말이다.

 최근 온라인게임 중독에 의한 사고가 연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사람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PC방에서 닷새 연속 온라인게임을 하다가 사망하는가 하면, 게임을 그만하라고 꾸중하던 어머니를 살해하고, 심지어 게임 캐릭터를 키우는 데 빠져 정작 아이는 굶겨 죽인 부부도 있었다. 인터넷 중독의 심각한 폐해가 어느덧 이 지경까지 왔는지 탄식을 금할 길이 없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09년 인터넷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터넷 이용인구 중 약 8.8%인, 약 200만명이 중독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알콜중독자 수는 대략 인구의 5.6%, 도박중독자 수는 9.5% 정도다. 이제 인터넷중독이 알콜중독이나 도박중독만큼이나 심각한 사회적 병리현상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통계나 조사발표는 인터넷중독이 최근 일련의 사건사고에서 느껴지는 심각성을 넘어 더 큰 사회적 재난상황으로 갈 것임을 예고한다.

 미래학자 돈 탭스콧은 과거 아날로그 세대와 사고방식, 생활양식 등에서 차별화된 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 명명하고, 콘텐츠를 소비하기보다 창조하고 타인과 협력하기 위한 핵심도구로서 인터넷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창조적 ‘디지털 네이티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통제능력을 상실한 채 가상세계 안에서만 희열을 느끼는 네이티브들이 증가하고 있기에 중독 현상의 전방위적 확산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 인터넷중독이라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건전한 정보 활용문화가 정작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아동·청소년·성인 등 연령별 집단 및 실업자·주부·장애인 등 계층별 집단을 막론하고 포괄적 차원에서의 중독 예방교육과 상담, 치유 서비스 제공 및 범국민적 심각성 인식제고가 필요하다. 단순히 청소년 문제라고 여겼던 현상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는 현상에 주목하고, 정부 차원의 교육·상담 서비스 공급체계를 마련하여 사전 예방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둘째, 법·제도적 정비와 민간 부문에서의 사회적 책임성 강화가 요구된다. 현 정부는 최초로 ‘국가정보화기본법’에 인터넷중독의 예방 및 해소를 위한 정책 추진의무를 신설하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교육·상담체계, 전문 인력, 부처 간 기능연계 등 각 분야에서의 적극적 법령 개선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셋째, 인터넷 중독에 대처하는 교육·상담 전문인력의 지속적 양성과 가족·친구·교사 등 주변 사람들을 통한 관심과 보살핌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교와 지역사회 차원의 전문 지원센터 설립, 전문상담사의 국가 공인화, 중독 해소 콘텐츠의 보급 확대가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포털·게임사업자 등 민간 부문에서의 해소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민간 차원의 자율규제 강화, 기금 마련, 사회적 공론화 등 민관 협력을 통한 사회적 기구의 형성을 검토할 시기다. 특히 민간 부문의 자정작용 확대를 위한 정부적 지원정책과 범국민적 실천운동의 확대가 필요하다. 편리성과 신속성으로 사람들의 정신을 빼앗는 인터넷이 ‘디지털 세이렌’으로 변모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리고 결박을 끊어야 한다.

김성태(한국정보화진흥원장) kimst@n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