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원의 미래사회]<10>미래세대를 위한 민주주의

 요즘 한국 뉴스를 보면 6월 2일로 예정돼 있는 지방선거 관련 기사들이 가장 눈에 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예비 대통령 선거를 방불케 해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들은 서울을 세계 1등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으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미래세대를 위한 청사진이 없다는 것이다.

 통상 미래세대는 50년, 100년 뒤에 태어날 우리의 후손을 뜻한다. 현세대의 이기적인 개발 프로젝트 탓에 미래세대의 생활터전이 파괴되거나, 현세대의 자원 낭비 때문에 미래세대가 발전할 기회를 가로막는 것을 염려한 결과, 탄생한 것이 미래세대연구다.

 이 연구는 1970년대 미국 등 서구사회에서 시작됐고, 1990년대엔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로 전파됐다. 아직 소수의 목소리지만 미래세대연구의 의미는 작지 않다. 핵무기 보유국의 증가, 지구 온난화, 석유자원 고갈, 식수 오염 및 식량 부족 등으로 미래세대는 물론 현세대의 생존마저 위협 받고 있어서다.

 이 같은 위협에서 과연 서울은 자유로운가. 일자리 창출, 교육기회의 확대, 서민 주거 안정화 같은 현세대의 관심도 중요하지만, 조금만 멀리 내다보면 우리의 자식, 손자 세대가 어떤 환경에서 살게 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각종 쓰레기와 매연뿐 아니라 도시개발을 두고 벌어지는 시민과 시의 살벌한 갈등만 보더라도 대를 이어서 서울에 살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당장 죽게 생겼는데 50년, 100년 뒤를 걱정할 여력이 없다고 반문한다면 세계 1등 도시를 지향하는 서울시민의 자격은 없다.

 서울시장 후보들의 근시안적인 계획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먹고 사는 문제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단기적인 계획 못지않게 장기적인 계획도 조금은 고려해달라는 얘기다.

 사실, 지금의 선거제도로는 미래세대를 고려한 정책은 기대하기 어렵다. 4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에서 후보들은 현세대 유권자의 입맛에 맞는 단기적인 정책만 내놓게 된다. 재선, 삼선에 도전하는 후보도 자리를 유지하자면 미래세대의 생활환경 따위는 고려할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미래세대도 고려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많은 연구가 있지만, 몇 가지만 소개해보자. 의회 안에 미래세대를 대변하는 대변인을 상시적으로 두고 국회의원들이 발의하는 법안이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가 있는지 조사하고 발표하도록 한다. 사법부 안에 미래세대를 위한 법정을 마련해 해마다 시민들의 대표들이 모여 사회가 반 미래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사법 시스템을 구상할 수 있도록 한다. 미래세대 장관직을 신설해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하도록 하고, 정부가 미래세대를 위한 정책도 내놓을 수 있게 조언한다.

 이런 미래지향적인 공약을 내놓는 서울시장 후보가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분에게 표를 던질 것이다. 내 미래세대를 위해서 말이다.

박성원 하와이미래학연구소 연구원 seongwon@hawaii.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