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금융 소외계층에 대출해주는 장터 열었어요”

“800만 금융 소외계층에 대출해주는 장터 열었어요”

 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를 7년이나 이끌어온 허진호 회장은 요즘 어떤 명함을 꺼내야 할지 크게 고민하지는 않는다. 그의 명함 지갑에는 ‘허진호 팝펀딩 사장’의 명함이 가득차 있었다.

공동 대표로 있었던 네오위즈인터넷에서도 네오위즈벅스의 합병을 앞두고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났고 인기협 3월말 정기총회로 임기도 끝나간다. 허진호 사장은 여전히 3개의 공식 직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최근 팝펀딩에 대해 갖는 애정과 노력은 각별하다.

팝펀딩과 인연을 맺은 시점은 지난해 9월이다. 경매 방식의 인터넷 대출 중개 업체로 등록된 팝펀딩에 아이네트를 창립한 벤처 1세대로 알려진 그가 대표를 맡자 사람들은 어떤 회사인지부터 궁금해했다. 처음에는 매우 어려운 용어들로 이 사업을 설명하다가 결국 그가 고심 끝에 다시 찾아낸 말이 ‘금융 분야의 옥션’이다.

허 사장은 “인터넷 서비스로부터 우리나라에 널리 퍼진 ‘옥션’이라는 용어로 오픈 마켓에 대해 설명하고, 800만명이 넘는 금융 소외 계층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장터를 열었다고 하면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팝펀딩은 한마디로 인터넷과 집단지성, 클라우드 소싱이 결합된 사회적 금융이다. 면책이나 워크아웃 조치 및 채무 불이행 때문에 이른바 신용불량자로 불리는 사람들에게 최소 5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대출해 준다. 대출을 원하는 사람이 자신의 직업과 나이 등 간략한 개인정보와 사연을 올린다. 이를 팝펀딩 회원들이 보고 소액을 출자해 빌려주는 방식이다.

기존 금융권에서 신용을 낮게 평가받은 바람들이 제때 돈을 갚을 지 의구심이 들지만 놀랍게도 상환율은 95%가 넘는다. 이 정도 수치면 제도 금융권의 부실대출 비율과 큰 차이가 없다. 저신용등급자도 금융권 거래 실적이 쌓이면서 신용등급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제도권 금융으로의 복귀까지 돕고 있다.

허 사장은 “소수의 전문가가 심사하는 기존의 금융권 방식이 아닌 인터넷에서 다수의 평가를 통해 대출자를 심사, 정말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자금이 투여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적인 금융기법”이라고 설명했다.

팝펀딩은 ‘무이자 학자금후원’ 사업도 실시한다. 대학생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2월에 시작된 학자금 후원 서비스는 무이자 투자라는 새로운 방식을 선택했다. 아무런 이익이 없는데 누가 투자할지 의구심이 들지만 두 달 만에 100여명의 투자자들이 1000원 이상의 다양한 금액을 후원했다. 1호 수혜자는 성균관대 학생으로 필요한 등록금 450만원 중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모은 150만원을 제외한 300만원을 신청했다.

팝펀딩은 KTH가 운영하는 포털 파란과 제휴를 통해 ‘착한재테크’라는 별도의 페이지도 마련했다. 서비스가 더 활성화되면 입찰 경쟁이 심할 경우 투자자가 더 낮은 이자율을 제시하게 돼 대출자는 낮은 이자율로 돈을 빌릴 수 있고, 투자자들은 기존 금융 상품보다 높은 수익률까지 기대할 수 있다.

허 사장은 “올해는 규모의 성장과 함께 다양한 수익 모델이 가능할 수 있도록 힘쓰는 한해가 될 것”이라며 “기존 제도권 금융과 제휴 확대에도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인기자 di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