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미디어 규제 환경에 ‘정치적 전운’

“오프컴(Ofcom) 기능을 축소해야 한다.” “오히려 독립성을 강화할 때다.”

오는 5월 총선거를 앞둔 영국에서 집권당(노동당)과 보수당(토리당) 사이에 미디어 규제 기관인 오프컴을 둘러싼 긴장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오프컴 기능·규모를 줄이려는 보수당과 독립성 강화를 추구하는 노동당 간 시각차가 뚜렷하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보수당 수반 데이비드 카메론은 오프컴을 비롯한 영국 내 여러 독립공공기관(Quango)의 역할 축소를 주장하고 나섰다.

카메론의 ‘독립공공기관 기능 축소론’은 10년만의 정권 교체(노동당→보수당) 여부와 맞물려 세계의 시선을 모으는 추세다. 특히 카메론은 오프컴 최고위자(CE) 보수 삭감을 비롯한 여러 기능·규모의 축소를 주장해 주목된다.

카메론은 “오프컴이 행정 기능을 수행하기보다 정치적 행위를 한다”고 비판했다.

보수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에드 리차드 오프컴 CE(Chief Executive)가 5월 총선거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 섰다. 그가 토니 블레어 옛 영국 총리의 정치 자문역이었던 데다 공영방송 BBC에서 기업전략책임자였던 점에 비춰 보수당 진영과 오프컴의 앞날을 놓고 논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리처드 CE는 자신의 정치적 배경을 뒤로 한 채 “지금까지 효율적으로 오프컴의 독립성을 지켜냈다”며 “우리는 6년간 준비한 데 힘입어 (오프콤의 정치적 독립을) 실행했고, 앞으로도 독립성을 잘 지켜낼 것”으로 자신했다.

오프컴의 미디어·통신 규제, 특히 최근에 “인터넷 관련 규제가 늘었다”는 보수당 진영의 비판에 ‘독립성 유지론’을 내세워 반격한 것. 리처드 CE의 이러한 발언은 5월 총선거를 앞두고 늘어날 미디어 관련 정치적 비판을 도맡아 받아낼 준비태세로 풀이됐다.

영국 의회는 지난 2003년 미디어·통신 관련 5개 규제기관을 하나(오프컴)로 묶었다. 이후 오프컴은 예산과 임무(미션)를 의회로부터 받되 ‘정부로부터 독립한 공공기관’으로서 위치를 다졌다. 직원 수가 850명에 달하고, 1년 예산(운용비용)으로 2억400만달러(약 2350억원)를 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