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 세상을 바꾸는 애플 `아이패드`

 지난 주 올해 애플의 태블릿인 아이패드가 발표되었다. 확실한 것은 아이패드가 현재의 우리의 생활습관을 바꾸는 단초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PC에서 랩탑으로 이어지는 로컬 스토리지 및 설치형 소프트웨어의 도도한 패러다임을 아이팟-아이폰-아이패드로 이어지는 개인화/모바일 장비 + 인터넷 서비스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개인적으로는 아이패드를 개인용 저작도구 및 멀티미디어 소비 스크린으로 보고 있다. 휴대하기 간편하며 앞으로 다양한 케이스나 액세서리가 나오겠지만 기본적으로 다이어리나 특화된 노트에 간단히 끼워서 들고다닐 수 있는 수준의 기기이다. 여기에 10시간 연속사용이 가능한 배터리는 그동안 넷북이나 노트북이 가지고 있던 한계를 깨끗하게 날려버리게 될 것이다. 아이폰에서 검증된 멀티터치를 포함한 뛰어난 UI를 바탕으로 쉽게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저작할 수 있고, 기존의 웹에 발행된 컨텐츠도 쉽게 수정하고 매쉬업 컨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될 것이며, 또한 기존에 가지고 다니던 아이폰과 연계를 통해 주고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기존의 종이로 가지고 다니던 다이어리나 노트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면서, 필요시 자신이 원하는 컨텐츠를 찾아서 보고, 동시에 이를 기록할 수 있게 될 것이며, 피로하지 않으면서도 마음껏 자신이 보고싶은 영상을 보고, 경우에 따라서는 즉석에 소규모 그룹의 협업 또는 게임이 가능한 형태의 다양한 서비스들이 앞으로 봇물 터지듯이 개발되어 공급될 것이다.

 이처럼 애플의 제품이 언제나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에는 기업의 철학문제가 크다. 제조업 기반의 회사들은 대부분 부품의 원가나 새로운 부품기술 등에 집중을 하고, 이를 어떻게 잘 조립해서 내놓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고장이 안나고 AS가 좋은 쪽에 회사의 역량을 키워온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애플은 사용자들이 어떤 경험을 할 것인가?에 기반을 둔 사용자 경험 디자인에 회사의 온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 맞추어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고, 하드웨어까지 맞추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런 접근방식은 일단 한번 써보면 기존의 생산자 위주의 접근방식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매니아 층을 형성시킨다. 이들은 아이팟이라는 개인 음악기기에서 출발해서 아이튠즈의 업그레이드와 서비스 파트너들과의 협업모델을 기반으로 휴대폰 시장에서 압도적인 사용자 경험을 전달한 아이폰을 매개로 이제는 기존의 메이저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윈도우 기반의 PC/노트북/넷북 시장을 정조준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패드가 무서운 것은 단순히 IT 업계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이용하는 다양한 다른 산업들에게도 대단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점에 있다. 당장 전자책 시장에서 아마존과 경쟁을 하게 될 것이며,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효과와 컬러 및 대화면 효과가 강렬한 신문, 잡지, 교과서 및 교육시장, 방송 및 개인영상물 저작 및 서비스 등과 관련한 다양한 새로운 서비스 업체들이 생태계를 이루면서 등장하게 될 것이다.

 사실 많은 부분 앞서고 있다고 자부해온 국내의 IT 업체들로서는 갑자기 산업 전반적으로 뒤쳐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국내 업체들의 경우 아직 애플이나 구글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TV 스크린 부분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고, 다양한 하드웨어 제품들을 모두 공급할 수 있으며, 부품 부분에서 우세한 강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과거와 같은 하드웨어 단품 전략으로는 절대 애플의 사용자 경험 위주의 서비스 전략을 이길 수가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TV/휴대폰/PC 로 이어지는 기존의 3스크린 전략에 태블릿의 4번째 스크린을 서비스 디자인 및 경험 디자인 측면에서 총체적으로 기획하고, 이들 간의 연계성과 개방성을 최대한 확보하는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정지훈 우리들생명과학기술연구소장·블로거·칼럼리스트 jihoon.jeo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