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서] 기고/최재유 방통위 융합정책관

[통신, 새로운 가치를 찾아서] 기고/최재유 방통위 융합정책관

 최근 ICT와 관련된 변화가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모 스마트폰은 우스갯소리로 그동안 최신기기에 거부감이 있었던 중년들에게까지 장난감(토이) 폰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을 정도다. 이러한 열풍을 가져오게 된 배경과 확산과정을 두고 많은 전문가와 일반 이용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왜 우리는 세계 최고의 인프라와 제조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러한 흐름을 주도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일 것이다. 분명 그러한 지적은 타당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가 되새겨야 할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서비스와 콘텐츠가 창의적으로 개발되며, 자유롭고 편하게 유통되는 ‘이용자 중심으로의 전환’이 ICT 발전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점일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ICT와 융합 서비스가 나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보자.

 첫째, 개방성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정보통신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활용도는 매우 미흡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초고속인터넷이 개방성을 바탕으로, 공공서비스, 전자상거래, 물류 등 우리사회의 모습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것에 비해, 무선인터넷은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에 종속시킨 결과 사회적으로는 물론이고 산업적으로도 그 활용이 아주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또 IPTV가 교회, 지자체 등에 특정이용자그룹(CUG)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기존의 유료방송과 차이점을 크게 못 느끼는 것은 IPTV가 가질 수 있는 인터넷 같은 개방성의 특성을 살리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컴퓨터가 효용성이 더욱 크듯이 방송통신 서비스도 더욱 개방돼야 진화하며 성장할 수 있다.

 둘째, 창의성이 반영돼야 한다. 최근 일련의 현상에서 일반 이용자가 원하는 콘텐츠와 아이디어의 참여가 서비스의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목격했다. 다시 말해, 과거의 경우처럼 정부주도 또는 공급자 입장에 있는 기업주도로는 미래의 ICT 산업과 서비스를 더 이상 성장시킬 수 없다는 시사점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플랫폼의 개방을 넘어서 아이디어를 가진 일인기업과 중소기업이 다양하게 참여할 때 소비자의 선택권은 강화되고, 산업은 자생적으로 성장하며 양질의 일자리는 창출될 것이다.

 셋째, 다른 분야와의 융합이 촉진돼야 한다. 보통 융합을 이야기할 때에는 주로 기업결합, 네트워크와 기기의 융·복합화를 예로 많이 들었다. 이러한 ICT 내부에서의 융·복합은 그 자체로서도 의미가 있으나, 다른 분야의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어야 더 큰 효용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까지는 ICT와 제조업을 접목해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일에 중점을 두어왔으나, 이용자 중심의 ICT를 실현하고 새로운 기회창출을 위해서는 서비스산업과의 접목이 매우 필요하다고 본다.

 종합적으로, 방송통신융합서비스의 발전방향은 ‘개방’ ‘창의’ ‘융합’의 흐름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민간의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되고, 이용자의 요구사항이 기반이 된 서비스가 개발돼야 할 것이다. 그 기반에는 와이브로(광대역무선인터넷), IPTV,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등 방송통신 기술이 다양하게 결합하여 수단으로 제공될 것이다.

 민간 서비스 분야에서는 일부 대기업 차원에서 이미 도입이 시작되고 있으나 규제개혁 등 제도개선 사항이 있으면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정부차원에서도 다양한 공공서비스가 방송통신서비스와 융합되도록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1월 정부·공공기관·기업들이 참여한 ‘제1차 녹색융합서비스 민관 합동 추진협의회’도 이러한 맥락에서 개최한 것이다. 수요조사를 실시해 국민들이 원하는 중요한 공공서비스를 선정하고, 다양하고 편하게 국민들이 이용하는 방법을 개발해 보급할 것이다. 그 결과들은 기업 등과 공유해 다시 민간에 확산시켜 나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우리 모두는 그동안 정보화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우리 국가의 사회·문화·정치·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더욱 발전된 기술과 진전된 융합 환경을 바탕으로 ICT와 서비스가 만난다면 국가발전과 녹색성장에 더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재유 방통위 융합정책관choijaey@kcc.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