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아바타와 가상세계

[콘텐츠포럼]­아바타와 가상세계

 영화 ‘아바타’가 ‘타이타닉’의 기록을 깨고 세계 최고 흥행작 자리에 올랐다. 아바타의 성공이 다른 영화의 성공과 다르게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필자는 그동안 지속되어 온 3D 콘텐츠에 대한 시장 불확실성을 일거에 날려버린 데 있다고 본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콘텐츠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킬러콘텐츠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주저없이 3D 콘텐츠 또는 체감형 콘텐츠라고 답해 왔다. 그러나 모두 초기 시장이 갖는 높은 시장위험을 누가 어떻게 질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바타는 보기 좋게 3D 콘텐츠로 시장혁신을 이뤄냈다. 이제 3D 콘텐츠를 시작하는 모든 시장참여자는 후발주자가 된 셈이다. 그리고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영화 아바타의 순 제작기간이 4년이었다는 것이다. 4년 전, 2005년에 3D 콘텐츠시장의 비즈니스 위험은 지금 우리가 느끼는 위험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지만 바로 그 시기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를 제작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디지털콘텐츠시장이 갖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의 특징이다. 아바타를 4년간 제작하며 얻은 인력, 기술, 노하우는 후발주자들이 따라잡기에 쉽지 않다. 즉 선점의 효과가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지속될 것이다.

아바타를 보면서 놀란 것은 가상세계와의 일치성이다. 아바타의 주인공인 제이크는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다. 그러나 그는 가상세계를 통해 다시 해병대원으로 탄생한다. 그는 판도라 행성에서 언어, 생활양식, 전투방법 등을 배우고 다른 아바타와 사랑을 하게 된다. 이것은 가상세계에서 생활이나 현실세계에서는 직업이 된다. 현재 가상세계 서비스를 하고 있는 린든랩의 세컨드라이프가 자연적으로 연상되는 부분이다. 사용자는 세컨드라이프라는 가상세계에서 다른 아바타를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교제하며 결혼도 가능하다. 또한 집, 집기 등을 만들어 다른 아바타에게 팔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가상화폐(린들달러)를 벌어들인다. 린든달러는 실제 화폐와 환전이 가능하다. 따라서 가상세계에서의 상업 활동이 실제 세계에서 직업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세컨드라이프에서 비즈니스를 수행한 일부는 현실세계에서 백만장자가 됐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제이크가 실제 인간을 포기하고 나비족으로 남는 장면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가상세계 서비스는 2D 웹 환경에서 3D 웹 환경으로 전환될 때, 마치 PC통신에서 1990년대 중반 2차원 인터넷으로 진화할 때와 같은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의 노무라 종합 연구소는 2011∼2012년에 가상세계의 폭발적 확산을 예측했다. 그렇다면 조만간에 가상세계 서비스의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현재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형 게임이나 e러닝이 핵심 콘텐츠로 대두되고 있으나 향후 공공정부, 금융, 의료 등 다양한 분야가 가상세계 안으로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가상세계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서비스는 디지털콘텐츠로 이뤄진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상세계 서비스의 활성화는 콘텐츠산업에 있어 3D 콘텐츠보다 훨씬 파괴력이 클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가상세계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현재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 3D 콘텐츠의 선점을 잃은 시점에서 가상세계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업계, 정부의 다양한 노력이 3D 콘텐츠의 데자뷰로 나타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최연철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실 책임연구원 ycchoi@kocc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