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길수의 IT인사이드>(32)`아이패드`의 등장,그리고 `킨들`의 운명은?

애플의 태블릿PC인 ‘아이패드’가 27일(미국 현지시간) 발표되면서 아마존의 e북인 ‘킨들’이 큰 위기를 맞았다.`아이패드`의 소비자 가격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낮은데다, 컬러와 동영상 등을 지원하지 않는 ‘킨들’ 보다는 애플의 ‘아이패드’가 시쳇말로 훨씬 ‘엣지’ 있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킨들’은 ‘아이패드’의 화려함 속에 묻혀 그 존재감을 상실해 버리고 말 것인가.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e북 시장의 1인자 자리를 지켰던 `킨들`의 위상이 향후 어떻게 될지를 놓고 IT업계에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소셜 미디어 분야 전문 블로그 매체인 ‘매셔블’은 ‘킨들이 아이패드에 질 수 밖에 없는 이유 4가지와 그렇지 않을 이유 4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킨들`의 실패 요인 4가지

1)매력적인 가격대의 `아이패드`

애플의 `아이패드` 발표 전에 업계 분석가들은 `아이패드`의 가격이 600~10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상당수의 사람들의 `아이패드` 가격이 600달러를 상회하면 구매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이런 업계의 예상을 보기좋게 깨고 가장 낮은 사양의 `아이패드` 가격을 499달러로 책정했다.업계에 폭탄을 던진 셈이다.

499달러 짜리 `아이패드`는 3G 접속이 불가능하고 16GB 저장 용량을 갖고 있지만 `킨들`의 최고급 사양인 `킨들DX`보다 불과 10달러 비싸다. `킨들`의 저장용량은 4GB로 `아이패드`보다 훨씬 적다. 또한 `킨들`이 단지 전자책 기능만 하는데 반해 `아이패드`는 그 이상의 기능과 가치를 제공한다.

2)단지 책만 읽을 수 있는 `킨들`

`아이패드`는 아이폰 OS상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애플 앱스토어에 업로드되어 있는 14만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별 조작없이 그대로 쓸 수 있다. `킨들`은 책만 볼 수 있지만 `아이패드`는 게임,소셜 네트워킹,사진 및 동영상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아이폰용 `킨들` 애플리케이션도 있다. 이는 `아이패드`에서 킨들의 전자책을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아이패드`에는 ‘사파리’라는 웹브라우저가 설치되어 있다. 전자책은 물론 다양한 웹콘텐츠 이용이 가능하다. 이에 비해 `킨들`은 책,신문,잡지 등 콘텐츠만 읽을 수 있다.현재 아마존이 `킨들`용 앱스토어를 따로 개설, 전자책외에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얼마나 영향가가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3) ‘스위트’하게 보이는 ‘아이북(iBooks)’

애플은 이번에 `아이패드` 발표와 함게 전자책 애플리케이션인 ‘아이북’을 내놓으면서 `킨들`을 직접 겨냥했다. ‘아이북’ 보급 확산을 위해 애플은 여러 출판 사업자와 제휴를 맺었으며, `아이북`을 통해 신선한 책읽기 경험과 관리툴을 제공했다. 게다가 `아이북`은 `아이튠즈`와 잘 통합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아이북`과 `아이패드`의 결합은 현재의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또 다른 게임 체인저(another game changer)’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4)`킨들`은 컬러와 비디오 기능이 없다

단지 책만 읽는다면 컬러 디스플레이와 비디오 기능은 필요 없다. 하지만 데이터 전송 대역폭의 이용요금이 갈수록 저렴해지면서 소비자들의 콘텐츠 이용행태가 점차 ‘시각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뉴욕타임즈 조차 애플 `아이패드` 발표장에서 비디오와 컬러 사진을 첨부한 기사를 선보였다. 타임즈도 태블릿에 비디오 기사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점차 애니메이션과 동영상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킨들`의 동영상 및 컬러 기능 미지원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킨들`의 성공 요인 4가지

1)`E-잉크` 디스플레이는 환상적이다.

`아이패드`가 IPS LCD스크린을 채택하고 있지만 책읽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조명이나 광선이 엄격하게 통제된 상황에서 `아이패드`를 장시간 보는 데는 무리가 없지만 일상적인 생활 공간속에선 `킨들`의 `E-잉크` 스크린이 훨씬 우수하다. `킨들`의 `E-링크` 디스플레이는 장소에 상관없이 책읽기에 편하게 설계되어 있다. `킨들`이 `아이패드`에 비해 절대적인 우위에 있는 것은 `킨들`이 철저히 책을 읽기 위해 개발된 단말기라는 점에 있다. 가령 해변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면서 책을 읽는다면 `킨들`이 `아이패드` 보다 훨씬 좋은 도구다.

2)요금으로부터 자유로운 3G 접속

3G 이동통신망 접속이 가능한 `아이패드`를 구입하려면 499달러에 추가로 13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거기다 3G 데이터이용 요금이 최소한 월 14.99달러다. 이에 비해 `킨들`은 3G망을 무료로 접속할수 있다.`아이패드`는 그렇지 못하다. 6인치 `킨들`의 경우 259달러에 구입할 수 있는데 글로벌 3G망을 공짜로 접속해 책을 내려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책만 읽는다면 `킨들`의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다.

3)방대한 전자책

애플이 비록 팽귄,사이몬 앤 슈스터,하퍼 콘린스 등 출판사업자와 제휴해 `아이패드`와 `아이북`을 보급하고 있지만 아직은 콘텐츠가 크게 부족하다. 현재 `킨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책(책,신문,매거진 등)은 무려 40만권에 달한다. 물론 아이폰용 `킨들` 애플리케이션이 있어 기술적으로는 동일한 숫자의 전자책을 확보하고 있다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아마존에서 직접 구매하는데는 아무래도 `킨들`이 편리할 것이다.

4)장시간의 배터리 수명

`아이패드`의 배터리 수명은 10시간이다. 하지만 와이 파이 또는 3G 접속,동영상 구동 등이 많으면 10시간의 배터리 시간을 보장하기 힘들다. 이에 비해 `킨들`은 한번 충전하면 일주일 정도 쓸 수 있다.통신에 접속하지 않으면 2주 이상도 쓸수 있다고 한다.배터리 충전없이 장시간 출장을 간다거나 휴가를 떠나더라도 배터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킨들`과 `아이패드`의 가치를 한가지 잣대로 재단할 수는 없다. 자신의 콘텐츠 이용행태에 따라 선호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튼 `아이패드`의 등장으로 아마존은 힘든 전쟁을 시작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킨들`이 비록 `아이패드`의 등장에 열세에 처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은 판단하기에 이르다. 아마존이 결코 수수방관하지않을 것이기때문이다. `아이패드`와 `킨들`의 진검승부가 이제 막 시작됐다.흥미진진한 싸움이 될 것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